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유럽은 비잔티움을 방패삼아 탄생·성장했다

비잔티움(주디스 헤린 지음, 글항아리 펴냄)<br>관료제·조세·예술등 찬란한 유산 남긴 1000년 역사 비잔티움 문명 재조명


비잔티움의 역사와 문명 등을 28가지 주제로 나누어 다뤘다. 537년 건립된 성 소피아 성당은 현재까지 남아 있는 비잔티움 건축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건축물의 빼어난 아름다움은 원주 위로 치솟아오른 거대하고 둥그런 돔에서 나온다. 그 형상이 견고한 석조건물에 토대를 둔 것이 아니라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금사슬에 매달려 우주를 덮고 있는 것 같다."프로코피우스는 저서 '건축기'에서 성 소피아 성당을 이렇게 묘사했다. 비잔티움(Byzantium)의 역사를 발굴하고 연구해온 저자는 화려했던 비잔티움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비잔티움은 중세시대 지중해 동부, 발칸 반도, 서유럽의 모든 나라에 영향을 끼친 1,000년의 역사의 문명이자 기독교와 이교적 요소, 그리스와 로마적 요소, 고대와 중세적 요소를 고루 갖춘 문명이었다"고 말한다. 비잔티움은 325년 콘스탄티누스 1세가 로마제국의 수도로 정한 뒤 콘스탄티노플이라 불렸던 곳으로 십자군이 점령한 1203년까지 존속했다. 저자는 황제와 대주교, 전쟁 등에 대한 연대기적 서술을 탈피하고 28가지 주제로 나눠 비잔티움의 역사와 진면목을 살펴본다. 콘스탄티누스가 콘스탄티노플을 건설하는 과정부터 동로마 제국, 그리스 정교회, 성 소피아 성당, 라벤나 모자이크, 이슬람에 맞선 역사, 비잔티움이 배출한 여성 등의 주제들을 다룬다. 고고학적 증거와 제도적 유산들을 통해 저자는 비잔티움 역사의 특징을 제시한다. 근세와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중세 비잔티움의 역사가 혹독하게 부정당하고 매도됐지만 비잔티움은 1,000년 역사를 지닌 문명이었다. 숙련된 관료제와 조세 제도, 로마법에 기초한 법, 정교회 교리, 예술과 전통, 많은 나라들이 앞다투어 모방한 대관식과 궁정 의례를 후대에 유산으로 남겼다고 지적한다. 특히 비잔티움은 중세 초 유럽을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지켜준 방패 역할도 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7세기 무렵 지중해 동부를 점령한 이슬람 세력들이 파죽지세로 진격해오는 것을 비잔티움이 소아시아에서 차단해 그들이 발칸으로 넘어오는 것을 막았다는 것. 근대 유럽은 이슬람 정복을 막아준 비잔티움 덕에 탄생했다는 얘기다. 비잔티움의 특기할 만한 존재로 환관과 여성 이야기도 흥미롭다. 고대 로마에서 환관은 혐오의 대상이었던 반면 비잔티움 제국에서 환관은 황족과 관련된 은밀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기록을 전한다. 또 12세기의 황녀 안나 콤네나는 아버지 알렉시우스 1세 콤네누스의 전기 '알렉시아스'를 집필했다. 난해한 어휘와 세련되고 까다로운 문체로 쓰여진 '알렉시아스'가 여류 사가의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12세기 무렵 서방에서 여류작가의 활동이 왕성했지만 콤네나처럼 역사서를 쓰려고 시도했던 여성은 없었다는 것. 저자의 이런 연구성과는 자신이 직접 참여한 유적 발굴과도 연관이 깊다. 저자는 그리스, 키프로스 섬, 콘스탄티노플 중심에 있는 칼렌데르아네 모스크의 발굴 현장 등에서 비잔티움 문명의 토대가 되는 물질문화 연구를 수행해왔다. 다양한 칼라 화보가 실려있어 비잔티움의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3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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