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ㆍ2ㆍ3차 산업이라는 전통적 산업 구분이 사라지고 ‘1차+2차+3차산업’으로 융복합되는 6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다. 농업ㆍ제조업ㆍ서비스업이 융복합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시대다. 비즈니스 전쟁은 킬러 콘텐츠의 차별화 전쟁이다. 제조업의 차별적 경쟁력은 서비스에 있고 서비스의 차별적 경쟁력은 제조업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정보기술(IT)과 과학기술이 접목되면 농업도 수출산업이 될 수 있다.
차별화된 킬러 콘텐츠를 모으는 융복합의 핵심은 부문 간 이기주의 극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앞둔 각 이해집단들이 IT 따로, 과학기술 따로, 산업 따로의 이기주의적인 전담부처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 융복합의 핵심은 산업 간 경계 허물기다. 연구개발(R&D)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R&D 투자가 많이 늘어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R&D투자비율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나라가 됐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R&D 따로, 산업화 따로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융복합 방향성 관리 총괄부처 필요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융복합이 미래가치의 핵심 엔진이 되도록 정부조직을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조직 설계의 과제를 생각해보자.
첫째, 산업경제정책의 큰 방향은 기존 산업별 육성정책을 넘어 6차 산업혁명에 맞게 융합 신산업 창출의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스마트 시대에 경쟁력의 근간은 하드웨어(HW)ㆍ소프트웨어(SW)ㆍ서비스 등 3개 산업구성요소의 삼중융합(trivergence)이다. 융복합은 민간의 창의성에서 나오므로 정부부처의 산업진흥 기능과 서비스 규제 기능을 분리해 민간의 창의성이 만개하도록 우선적으로 힘써야 한다. 아울러 민간이 창의성을 바탕으로 이종(異種)부문과 합종연횡할 수 있도록 분야별 칸막이를 없애는 데 주력해야 한다.
둘째, 산업 간 수평적 융복합 생태계를 책임지는 융합정책 총괄부처가 필요하다. 산업 간 경계 흐리기(blurring)를 주도해 모든 정부부처가 융복합에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 부처별로 소관 분야에 국한해 좁은 시야와 관심을 갖게 되면 융복합에 뒤쳐지고 그 분야의 ‘전문 바보’가 된다. 그간 융합정책을 주도해온 산업정책담당 부처가 산업 융복합의 플랫폼이 돼줘야 한다. 플랫포머로서 산업정책담당 부처가 융복합화의 큰 정책 방향을 잡아주고 모든 정부부처의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융복합화 성공의 핵심은 방향성과 과도한 복잡성 관리이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의 기적을 주도해온 소니가 좀처럼 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부서 간 독립채산제적 운영으로 시너지를 얻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도 생전에 “독립채산제 때문에 소니는 애플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부처이기주의로 인해 정부가 소니와 같은 칸막이 정책의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셋째, 가치사슬 간 수직적 융복합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HW의 범용화(commodity)에 대비, 신(新)서비스와의 융합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동차ㆍ휴대폰은 이제 누구나 사용하는 범용품이 됐다. 차별화 영역이 점차 제품 자체에서 서비스와 고객접점 영역으로 옮겨갈 것이다. 제품 범용화가 진전될수록 서비스화로의 진화가 필수적이다. IT 융합은 우리에게 신서비스산업 창출 기회를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산업의 위치기반 서비스는 각종 위치ㆍ공간ㆍ교통정보 서비스산업과 충전서비스 사업 등 신산업 창출 기회를 제공한다. 일본도 자동차ㆍIT 융합시장이 향후 10년 안에 10조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T 융합 신서비스산업 창출해야
우리는 이미 소리바다ㆍ아이리버ㆍ싸이월드 같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를 만들어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아마존ㆍ아이폰ㆍ페이스북 같이 자체적인 창조생태계를 구축하고 다른 분야로 융복합시키는 데까지는 나가지 못했다. 스마트 시대의 경쟁력은 창의적인 융복합 생태계에서 나온다. 창의적인 융복합 생태계가 활성화돼야 양질의 일자리도 생긴다. 이미 대학 교육은 칸트식 학과 세분화 시대에서 드러커식 학문융합 시대로 나가고 있다.
이제 우리의 산업정책도 산업별 칸막이를 없애고 수평ㆍ수직적 융복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 이해집단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요구하는 부처이기주의를 극복해야만 미래 한국 경제의 신성장 엔진에 힘찬 시동을 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