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너 하원의장. “모든 정책 되돌려 놓겠다”
미국의 11ㆍ2 중간선거가 집권 민주당의 참패로 끝나면서 지난 2년 동안 버락 오바마 정권이 추진해 온 주요 정책이 ‘U턴’하기 시작했다. 감세와 에너지 정책 등에 대해서는 공화당과의 ‘타협’ 메시지가 즉각적으로 나왔고, 반(反)기업적 정서가 감지됐던 기업 정책 노선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큰 정부를 지향한 ‘오바마노믹스’의 수정인 셈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간선거의 승패가 가려진 3일(현지시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그 동안 추진했던 배출총량거래제(cap-and-trade) 도입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임 조지 W.부시 행정부가 도입한 감세정책에 대해서도 연장 거부 방침에서 한 발 물러나 공화당과 접점을 찾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중간선거 결과에 대해 ‘완패(a shellacking)’라는 표현을 쓰면서“국민은 우리 행정부가 경제와 관련해 충분히 진전을 이루지 못한 데 대해 깊은 좌절감을 표출했으며,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고개를 떨궜다.
선거 패배에 대한 반성은 그 동안 자신 있게 끌고 온 일부 정책의 궤도 수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 동안 힘을 실어 온 주요 국내정책인 배출총량거래제에 대해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보겠다”고 말했다. 배출총량거래제는 온실 가스 배출을 제한하고 기업들 간의 ‘배출권’ 매매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제도로 공화당은 그 동안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며 강력히 반대해왔다.
올 연말 만료되는 조지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에 대해서도 부유층에 대해서는 감세를 연장하지 않겠다던 입장에서 공화당과의 타협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빠른 시일 내에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를 만나 대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친(親)기업 발언도 눈에 띄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주말 시작될 아시아 순방이 “시장 개방과 미국 상품의 수출 증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미국 기업의 번영을 위해 아시아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 내 일자리를 더 창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패배 요인인 경기 부진과 일자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투자촉진과 고용창출 활동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이번 선거에서 뼈저리게 실감한 결과로 풀이된다. 아울러 민주당은 올 연말께 공화당 및 재계 수뇌부와 회동해 일자리와 경제 살리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정책의 최대 쟁점인 건보개혁법 폐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오바마노믹스’로 불리는 정책기조 자체를 건드리겠다는 뜻도 시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건보개혁법 폐지를 필두로 오바마 정책을 모두 되돌리겠다는 공화당과의 대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기 하원의장으로 내정된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좀 더 작고, 비용이 적게 들며, 좀 더 책임있는 정부를 미국 국민이 원한다는 것이 명확하다”며 건보개혁 폐지와 감세조치 연장 등 오바마 정책을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다시 강조했다.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도 이날 회견에서 “미국 국민이 거부한 (오바마 행정부의) 의제들을 중단시켜 배를 되돌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 2일 치러진 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4일 오전(미 동부시각) 현재 총 435명의 하원 가운데 239명, 상원에서는 100명 가운데 46명이 의석을 차지했으며, 전국의 50개 주지사 자리 가운데 29개를 확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