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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몰고 올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인지 CD금리 담합 여부를 놓고 진실게임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담합 조사의 주체인 공정거래위원회와 조사 대상인 은행ㆍ증권사와의 공방은 물론 은행ㆍ증권, 그리고 공정위와 금융감독당국 등까지 이전투구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CD금리 담합조사는 사안이 워낙 중요한 만큼 짧게는 연내, 길게는 내년이나 내후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관계자도 20일 "카르텔 조사는 일반 사건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면밀하게 조사해야 하므로 2~3개월 안에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는 일반적으로 수개월 이상 소요되지만 사안이 복잡할수록 사실 확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대상 기업이 많고 당사자들이 혐의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면 1년을 넘기는 조사도 있다.
더욱이 공정위가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금융회사와 금융감독당국, 혹은 전격조사를 단행한 공정위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계 안팎의 평가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만약 담합으로 최종 귀결된다면 한국 금융시장의 신뢰도는 물론 금융산업에도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CD금리 담합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진행되고 있는 5가지의 쟁점을 모아봤다.
◇CD금리 담합 정말 있었나=은행과 증권사는 "CD금리를 담합할 이유가 없다"고 전면부인하고 있다. 다만 은행과 증권사의 미묘한 입장 차이도 감지된다. 은행은 "CD를 발행할 뿐 이어서 담합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증권사는 "CD금리로 대출금리를 높게 받아 막대한 이익을 보는 곳은 바로 은행인데 왜 증권사가 담합을 하겠냐"고 강변한다. 공정위를 겨냥해서는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지자 대출금리를 낮추기 위해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공정위는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밝히고 있다. CD의 거래가 없는데도 금리는 매일 고시되고 있고 그런 와중에 금리는 수개월째 정체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여타 다른 금리지표와 비교할 때도 원화대출금의 30%(323조원)나 연동돼 있는 CD금리만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CD 발행이나 금리에 대해 의견만 교환하더라도 담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진신고(리니언시) 있었나, 없었나=자신신고 여부를 두고서도 첨예하게 맞선다. 은행은 "담합 자체가 없었는데 리니언시를 왜 하느냐"는 입장이다. 지난 2010년 이후 CD 발행을 줄이고 또 일부는 아예 발행도 하지 않으면서 담합할 이유도, 또 이를 자진신고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증권사 역시 부인을 하고 있지만 뉘앙스는 좀 다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CD금리 고시에 따른 파생이익은 매우 작기 때문에 설령 리니언시를 해도 얻을 이익이 별로 없다"면서 "만약 CD금리를 담합하면 은행만 막대한 이익을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증권 혹은 은행의 리니언시에 대해 공정위는 "(리니언시 여부를) 밝힐 수 없다"면서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심리적 압박을 통해 담합 조사를 최대한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지난해 말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국민주택채권 담합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이른바 '앰네스티 플러스(추가 감면제도)'를 활용해 증권사들의 CD금리 담합 여부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점은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앰네스티 플러스'는 담합 조사를 받고 있던 기업이 다른 담합 사실을 실토하면 두 개의 담합 사건 모두에서 과징금을 경감해주는 제도. 공정위는 지난해 감사원의 요청으로 증권사 20곳에 대한 국민주택채권 담합 조사를 벌였는데 이와 관련해 수백억원 규모의 과징금이 다음달께 부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례모임…담합의 창구 논란=은행연합회에서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자금담당 부서장회의를 공정위가 주목하자 당사자들은 "한국은행 관계자까지 동석하는 자리에서 밀약이 가능하겠느냐"면서 일축했다. 공개모임이고 안건도 금융관련 법령이나 정책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의 자리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그러나 "비단 자금담당부서장 모임만 주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부서장이 아닌 실무진의 비정기적인 모임, 이들이 교환하는 메신저나 e메일 내용 등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실제로 실무직원들의 e메일이나 메신저 내용 등을 압수해간 것으로 알려졌다.
◇CD금리의 최종 결정에 대한 공방=CD금리를 누가 최종 결정하는지를 두고서는 은행-증권사가 대립하는 모양새다. 은행들은 "은행은 CD를 발행할 뿐 CD금리는 증권사에서 정하는 것"이라는 입장.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CD금리는 증권사가 CD가 거래된 마지막 금리를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므로 다분히 임의성을 띤다"며 "이미 오래 전부터 CD금리의 객관성 문제는 지적돼왔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는 다소 격분하는 모습.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CD의 고시금리는 사실상 은행이 발행하는 금리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이라면서 "이익도 안 되는 CD금리 고시를 증권사 상당수는 맡기 싫어할 정도"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아무 실익이 없는 CD금리 보고 자체를 거부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CD금리 담합, 이익에 대한 논란=CD금리 담합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은행이나 증권은 모두 펄쩍 뛰고 있다.
은행의 경우 CD금리는 대출뿐만 아니라 3~4개월짜리 예금에도 연동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CD 연동대출의 비중은 매년 줄어들고 있고 CD에 연동돼 있는 예금액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또 CD금리를 높이면 조달비용도 함께 올라가는데 굳이 올릴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금리가 자유화돼 있고 자기들(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정할 수 있는 마당에 시장지표를 갖고 조작해서 얻을 이익이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반응도 마찬가지.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CD 유통시장이 위축된데다 CD금리를 고시하는 증권사의 경우 특히 CD금리 담합에 따른 이익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