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원화 채권에 대한 투자 매력을 느끼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로버트 멕클레이 국제결제은행 아ㆍ태평양 수석대표는 지난 12일 재경부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원화의 국제화’ 전략과 관련해 이같이 조언했다. 이날 만남은 ‘원화의 국제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던 재경부 관계자들이 ‘호주달러의 국제화’ 사례를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멕클레이 대표는 이날 ‘화폐국제화, 호주달러 사례’라는 제목의 브리핑에서 “채권에 대한 이자소득세 면제가 호주달러의 국제화에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 자본거래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유로채권 또는 호주달러 채권에 대해 국내외에서 자유롭게 발행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국내외에서 발행하는 호주채권의 규모가 세계 6번째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과감한 자본거래 규제 완화가 호주달러 국제화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됐다는 것이다.
호주달러의 국제화, 즉 호주 이외 국가에서의 호주달러 유통은 1980년대 초반만해도 사실상 전무했다. 1983년까지는 자본거래에 대한 규제가 강했고, 또 채권 이자소득세로 인해 호주채권(캥거루본드)은 인기가 없었던 게 이유다. 이후 호주는 8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인 자본시장 개방에 나선다.
변동환율제로 전환하면서 자본규제를 철폐했고, 런던 등에서 호주달러를 예금하는 시장도 활성화 시켰다. 여기에 채권이자 소득세도 면제하면서 호주달러 국제화를 위한 기반을 조성했다. 곧 외국인들에게도 호주달러에 대한 수요기반, 또는 투자의 매력조건을 갖추게 했다는 것. 이런 노력 끝에 10년 정도가 지난 90년대 들어 호주달러의 국제화는 본격화된다. 호주달러 기반의 해외발행 채권은 세계 6번째 규모로 성장했다.
유로호주달러 채권 발행 비중은 외국인이 더 높다. 또 호주달러의 유통규모는 세계 6번째, 스왑규모는 세계 5번째로 성장하게 됐다. 그러나 호주 달러화의 경우 외국인의 차입규제가 없는 국제통화로 커진 반면에 1년 동안 40%가량이 위아래로 움직일 정도로 환율 변동폭이 커져 불안감이 높아진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경부 관계자는 “국내 상황은 호주 와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호주 이외, 다른 국가들의 사례도 검토해 원화의 국제화를 위한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