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 "한국정부 결정적 순간 내 존재 외면"

감시장치를 풀고있는 로버트 김.

미국의 국가기밀을 한국정부 관계자에게 넘겨준 혐의로 미국 연방교도소에 수감됐다 7년반 만에 풀려난 로버트 김(64ㆍ한국명 김채곤)이 27일 한국정부에 자신의 명예를 회복시켜줄 것을 촉구했다. 지난 6월 초 가석방된 뒤 발목에 감시장치를 차고 약 두달간 가택 수감생활을 해왔던 김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정부에 서운함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쉬움이 있지만 다 지나간 얘기이며 그것을 굳이 되새김질하지 않겠다”며 “현재 나의 입장은 아직 명예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정부는 자기들이 나에게 도움을 받았다거나 안 받았다거나 한번도 얘기하지 않았다”면서 “그분들이 도움을 받았다고만 말해도 내 명예가 회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시 똑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역시 같은 행동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 당시는 이렇게 큰 시련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그것을 알고 나서 또다시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은 난센스로 내 생명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한 ‘국민들에게 드리는 말씀’에서 그는 “저는 한국을 돕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지만 정작 한국정부는 결정적인 순간에 저의 순수한 동기와 존재를 외면했다”고 섭섭함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아직은 완전히 법의 제약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반자유인의 상황에서 한국과 한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3년간의 보호관찰 기간에 워싱턴 대도시 지역을 떠날 때에는 판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여행의 자유를 제한받는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