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당론 비밀투표" 주장도 강경파 기세에 묻혀… MB 재협상案 거부

[기로에 선 한미FTA 비준] 민주당 의총 안팎<br>'선 ISD 폐기' 그대로 고수… 공 다시 與·美에 떠넘겨<br>당청 단독처리 나설땐 물리적 저지 방침도 확인

민주당의 손학규(오른쪽) 대표 등 지도부가 16일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1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논의하기 위한 민주당의 의원총회는 '당론을 비밀투표로 정하자' '몸싸움을 하면 공멸한다'는 당내 협상파의 소신발언이 유력하게 제기됐으나 강경파의 기세에 눌려 결국 '파국' 쪽으로 한 걸음 더 내디뎠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한미 FTA 비준안과 관련, "(핵심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재협상하겠다"는 미국 측의 공식문서를 요구하며 공을 다시 정부여당과 미국에 넘겼다. 그러면서 이런 상태로 당청이 오는 24일 한미 FTA의 단독처리에 나설 경우 물리적 저지 방침도 내부적으로 확인했다. 야권통합을 의식해 민주노동당 등 진보세력을 의식하는 강경파가 온건파를 누른 것이지만 동시에 수정제안을 통해 책임론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74명의 의원이 참석해 지도부를 제외하고 25명가량이 발언에 나서 전날 이명박 대통령의 '발효 3개월 내 ISD 재협상' 제안에 대해 논란 끝에 거부했다. 일단 기존의 '선 ISD 폐기' 당론을 유지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으로부터 ISD 폐기ㆍ유보(미적용)를 위한 재협상을 즉시 시작하겠다는 양국 장관급 이상의 서면 합의서를 받아 올 경우 추후 의총을 통해 재논의하겠다(이용섭 대변인 브리핑)"는 수정제안을 통해 여지를 남겼다. 재협상 완료시점에 대해서는 비준 전이라고 토를 달지 않아 ISD 재협상이 진행될 경우 표결처리에 응할 여지도 시사해 온건파의 입장이 일부 반영됐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제안은 외교통상부 장관 출신으로 온건협상파인 송민순 의원의 아이디어를 강경파인 손학규 대표 등이 받아들인 결과다. 이날 의총에서 온건파들은 "몸싸움을 하면 공멸한다"며 "지금부터 한미 간에 ISD 재협의 준비에 돌입해 발효 즉시 재협상하자"는 안을 주로 내세웠다. 지난 10ㆍ31 여야정 심야 가합의 내용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제안했고 미국 측도 "서비스투자위원회를 통해 ISD도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무작정 반대는 곤란하다는 의견이었다. 온건파의 선봉에 선 강봉균 의원은 "12월 전당대회를 통해 뽑히는 새 지도부에 FTA 처리를 넘기자. 무기명 비밀투표를 해 당론을 다시 정하자"고 말했으나 강경파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적극적으로 비밀투표 반대입장을 밝혔다. 강 의원은 "비준 전 ISD 폐기를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현실적이고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진표 원내대표는 "기존 당론과 함께 '곧바로 한미 간에 ISD 재협의를 위한 실무협의를 시작하고 발효 즉시 재협상하자"는 중재안을 냈으나 역시 수용되지 않았다. 손학규 대표는 의총에 앞서 "재협상 후 비준을 하고 ISD를 폐기해야 하며 급하게 서두를 일이 아니라는 기본적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기존 당론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온건파들도 적지 않게 발언하자 손 대표는 정부와 미국에 공을 다시 넘기는 식으로 해서 의총을 마무리했다. 우제창 의원은 "대통령 제안은 어느 조약이든 3개월 안에 협의하도록 돼 있어 그저 일반적인 것이며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며 "강경파든, 협상파든 ISD 폐기 또는 적용제한에 공감하지만 저항방식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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