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말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우호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우리 증시는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적극적인 매수로 ‘V자’ 반등을 주도했던 기관이 한 발짝 물러나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주 집중된 미국의 8월 경제지표 발표, 18일 FOMC 회의, 20일 FTSE의 한국증시 선진증시 편입 여부 등의 이벤트를 감안할 때 기간 조정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프로그램의 영향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날 증시에서 전날까지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했던 기관은 이날 돌연 태도를 바꿔 순매도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 한주간 1조298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던 투신은 1,500억원 이상을 내다팔았다. 기관이 관망세로 돌아선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투신의 실탄역할을 하는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정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펀드로의 자금 유입 규모가 줄어든 것은 코스피지수가 1,800선에 안착하면서 투자자들이 추가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다, 미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실제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국내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1,208억원을 기록했다. 29일에는 556억원에 그치는 등 일 평균 유입액이 1,0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하루 평균 2,000억원 이상씩 유입되던 7월이나 하루 3,000억~4,000억원씩 쏟아져 들어오던 지난달 초 지수 급락 때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외국인들의 ‘팔자’ 행진도 다시 시작됐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순매수를 기록했던 외국인들은 다시 순매도로 전환, 5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면서 5일째 ‘팔자’를 이어갔다. 외국인은 7월 첫째 주 주간 단위 순매수를 기록한 이후 순매도로 돌아서 지난주까지 연속 8주째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누적 순매도 규모는 13조7,000억원에 이른다. 현물 시장의 주도 세력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전날 1조2,600억원의 사상 최대의 프로그램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수를 30포인트 이상 끌어올렸지만 이날에는 순매도로 돌아서며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매수주체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4조원이 넘는 매수차익잔고를 고려할 때 오는 13일 선물ㆍ옵션 동시만기일까지 차익매물 압력 부담으로 인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당장 프로그램 매물이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만기일 청산을 통한 매물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프로그램 매매 동향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