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LG의 한계기업정리 선언(사설)

LG그룹이 27일 창사 50주년을 맞아 앞으로 50년뒤 경쟁기업과 정정당당히 경쟁해 세계1위의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2000년까지 첨단 신기술분야에 60조원을 투자하고 90개 한계사업(3조원 규모)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구본무회장의 표현을 빌리면 『친구따라 강남가지 않고 자신있는 분야에 뛰어들어 1등을 하겠다』는 것이다. 듣던중 신선한 소리다.그동안 「계열기업을 정리하겠다」는 재벌들의 말은 공공연한 거짓말 중 대표적인 것이었다. 재벌들은 겉으로는 정리하겠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법을 어기면서 늘리기를 일삼았으며 때로는 숨겨놓기까지 했다. 고유업종에 투자를 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남이 하니까 따라 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중복·과잉투자로 자원의 낭비가 빚어졌고 중소기업의 업역을 빼앗기도 했다. 상호출자, 상호지급보증으로 얽혀있어 하나가 망하면 연쇄적으로 망하는 구조가 되었다. 그 결과 기업경쟁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져 해외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 현 경제난의 본질이다. 작년말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30대그룹의 계열사는 7백67개로 이중 위장계열사는 13개그룹의 73개사에 달했다. 이를 5대그룹으로 좁힐때 위장계열사 35개를 포함, 2백53개로 그룹당 평균 50개가 넘는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외형키우기 식의 경영으로는 배겨날 수 없는 무한경쟁 시대다. 30대 재벌기업들이 잇따라 부도나고 있는 현실이 그것을 입증한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계열기업이나 사업단위는 과감히 털어내고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은 되돌려 줘야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개별기업을 정리하려해도 그룹전체가 어려움에 봉착한 것으로 오인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재벌도 있다고 들린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망할때까지 버틸 수밖에 없는 실정에 놓인 기업도 있다고 한다. LG그룹의 3조규모에 달하는 한계사업 정리계획이 그룹전체 매출액규모에 비할때 5%수준에 불과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돋보이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세계 1위의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하기는 쉽다. 그러나 국내 1위라 해봐야 세계 1백위가 될까말까할 정도로 세계의 벽은 높다. 부단한 기술혁신 없이는 세계일류기업은 되지 못한다. LG의 한계사업정리 계획이 과감한 투자계획과 함께 경쟁력을 회복해 불황을 이겨낸 성공적인 사례로 기록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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