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표금리 안정의 함정

지표금리 안정의 함정OPEC의 증산결정에도 불구하고 배럴당 30달러가 넘는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고 종합주가지수도 700선을 하향돌파 한 이래 연중최저치를 위협하며 침체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적 불안요인에도 불구하고 국내금리는 여타 지표와는 대조적으로7%대 수준에서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국내금리 안정 또한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자금 및 채권시장의 정상적 기능에 기인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 역시 현 경제상황의 불안요인을 반영한 결과이며, 지표금리의 안정이 자금 및 채권시장의 안정과는 다소 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3년만기 국고채수익률을 기준으로 7.80%대의 현 지표금리 수준은 기본적으로 국채의 수급상황 즉, 통합재정수지의 호조를 바탕으로 한 국채발행물량의 축소와 국채에 대한 매수 선호도가 높은 은행권으로 시중자금이 집중된 결과이다. 투신권을 비롯한 제 2금융권이 투자자의 신뢰를 상실한 상태에서 구조조정의 장기화에 따른 금융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은 은행권으로의 시중자금 집중현상을 초래하였고, 은행권 역시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말미암아 무위험자산(RISK FREE ASSET)인 국채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릴 수 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현 지표금리 수준은 무위험자산에 대한 가격프리미엄이 상당부분 내포된 금리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투기등급 회사채 발행기업을 포함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경우 작년의 대우사태와 올해의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를 거치면서 자체신용에 의한 자금조달이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해 있으며, 채권전용펀드를 비롯한 정책당국의 인위적 자금배분 노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등 자금 및 채권시장은 지표금리의 안정이라는 허울 속에서 자생력을 소진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시중금리가 불안정해질 경우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 비용의 증가로 구조조정 자체가 힘들어 질 수 있고, 기업경쟁력의 저하로 수출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등 국가경제 전반의 비용이 증가하게 되므로 정부의 금리안정 정책목표의 당위성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현 상황은 정책당국이 그동안 금리안정이라는 표면적이고 가시적인 목표에 집착해 옴으로써 이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가까운 예를 들면, 금융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행 및 유통물량 축소에 의한 국채금리 안정유도 정책은 국채에 대한 매수여력을 회사채에 대한 매수로 이전시키는 효과보다는 국채시장과 회사채시장 간의 괴리를 확대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지표금리 안정을 위해 콜금리 인상시기를 불안요인이 집중되는 연말까지 이월시켜 온 점도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 전체 상장채권 잔액 중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15% 내외 수준임을 감안할 때 국채중심의 지표금리 안정이 전체 채권시장의 안정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시중금리는 자금 및 채권시장의 수급상황을 반영하는 가격지표이지 자금 및 채권시장의 건실함을 나타내는 척도는 더더욱 아니다. 따라서 지표금리의 안정이 정책목표가 되기 보다는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의 선결을 위한 정책신뢰성을 높임으로써 자금 및 채권시장 본래 기능의 회복이 보다 우선적인 정책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며, 지표금리 안정의 허상에 집착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타 김기현 연구위원입력시간 2000/09/18 11:13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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