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꿈 있다면 일해서 돈 버세요"… 스님의 '재테크 강의'

노숙자등 법흥사 사찰체험 행사

"하루에 1만원씩 저축하세요. 한달이면 30만원, 1년이면 360만원, 5년이면 1,800만원이 모입니다. 이 돈으로 지방에 내려가 도로에서 100m정도 떨어진 산 기슭의 땅을 사세요. 한 1~2년 정도 잡목을 쳐내고 땅을 고르면 땅값이 수억원으로 치솟을 겁니다." 지난 29일 오후 7시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사자산 기슭에 자리잡은 법흥사 내 설법전. 법흥사 포교국장 지현스님은 동국대학교'희망의 인문학 과정'이 마련한 사찰체험행사에 참여한 수강생 50여명에게 "머리 깎고 중이 되면 돈 없어도 살수 있다. 하지만 꿈이 있다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돈'과는 거리가 먼 스님의 '재테크'강의는 1시간이나 계속됐다. 삶에 대한'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날 사찰체험에 참석한 사람 가운데는 사업에 실패한 뒤 길거리를 전전하다 노숙인 쉼터에 입소한 할아버지, 남편의 도박 빚을 감당하지 못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한 주부, 암벽을 오르다 다리가 부러져 장애인이 된 전직 공무원 등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니고 있었다. 공공근로시간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참여한 사람도 있었다. 이들 대부분 서울 시내 노숙인 쉼터인 '보현의 집''서대문 사랑방''소중한 사람들'에 거주하는 노숙인들과 서울시내 7개 지역 자활센터의 지원을 받는 저소득층들이다. 김모(여· 62)씨는 "공공근로를 하며 받는 월 70만원의 수입으로 고등학생인 두 자녀와 함께 생활한다"며 "세상을 좀더 넓은 시각으로 보고 싶어 강의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노인돌보미'로 일하며 월 70만원을 번다는 최모(여ㆍ59)씨는 "평소 여행은 꿈도 못꾸는데 사찰에 와 맑은 공기를 마시니 기분이 좋다"며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과 어울릴 수 있어 참여했다"고 말했다. 1박2일의 짧은 체험일정 속에서 수강생들은 '맨발로 숲속을 걸으며 명상하기''발우공양''저녁예불''차공양과 대화''참선''꿈주머니 만들기''법문듣기''소감문 작성' 등의 과정을 마치고 30일 서울로 귀가했다. "공공근로 시간을 채우기 위해 참여했다"는 강모(58)씨도 내려 올 때와 달리 표정이 한결 밝아 보였다. '꿈 주머니에 무엇을 적었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10년 뒤에 강원도 산골에 작은 집을 짓고 나물 캐며 살수 있게 해달라"고 썼다"며 "아이들 대학 보내면서 저축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10년쯤 후에는 한적한 시골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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