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를 바라보고 있는 외국 증권사의 시각이 변하고 있다.
그동안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했던 메릴린치증권이 지난 28일 한국증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비중축소’로 두 단계나 끌어내렸다. 유럽계 UBS증권 역시 29일 “한국 정보기술(IT)주 매수를 줄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외국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의 상승세가 중국의 고속 성장에 의지한 측면 이 강했기 때문에 중국 경제 속도 조절의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를 펴고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기업실적 증가 추세가 여전히 양호하다”며 “(외국인의 변화는) 중국 쇼크와 주가 급등에 따른 일시적인 시각 조정일 뿐”이라 고 치부하지만 외국인투자가들의 태도는 상당히 냉담하다.
외국인은 27일 이후 나흘동안 1조 6,000억원어치 가까이 내다팔았다. 심하 게 표현하면 ‘사실상의 투매’다.
◇ 동남아시아ㆍ호주로 관심 돌리나 = 지난 28일 메릴린치 증권이한국 투자 의견을 두단계나 낮춘 결정적인 이유는 성장률 둔화였다.
메릴린치는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8.5%에서 내년에는 7.5%로 떨어지고 한국 역시 5.5%에서 4.5%로 둔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글로벌 성장 탄력 약화를 반영해 강력한 내수가 뒷받침되는 시장으로 자산 할당 무게 중심을 이동해야 한다는 것.
메릴린치는 이에 따라 “내수 회복이 더딘 한국보다는 이미 탄탄한 내수가 뒷받침되는 호주와 동남아시아에 주목해야 한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놓 았다.
지난해 9월 한국증시가 한창 상승 가도를 달릴 때‘한국 증시가 랠리 종 착역에 도달했다’고 경고했던 JP모건 역시 한국 시장 투자 비중을 방어적 으로 수정해 놓은 상황이다. 여전히 부진한 내수와 높은 수출 의존도로 인 해 한국 시장은 위험 요소가 남아있다는 점이 이유였다.
◇ 경고 사인 연초부터 나왔다 = 올초 이후 외국계 투자전략가들은 “중국 경제가 속도조절에 나설 경우 중국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둔 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한국 증시 충격을 우려하는 경고의 메시지를 심 심찮게 내놓았다.
되짚어보면 한국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의 의견 변화가 벌써 꽤 됐다는 의미다.
한국 증시가 다른 아시아 지역에 비해 올 초 이후 상승률이 두드러졌다는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단기 급등에 따라 고공권역에 들어선 한국 증 시가 상당한 조정이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
장영우 UBS증권 전무는 29일 보고서에서 “한국은 중국 수출 비중이 지난92년 11%에서 2002년 21%로 급증할 정도로 중국 시장에 대한 민감도가 커졌다”며 “세계 경제 변화에 민감한 업종을 피해 내수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 홍병문기자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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