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8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 정계개편 문제와 분양원가 공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안 처리 등 정국 핵심 현안들에 대한 견해를 표명한 데 대해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여당 일각에서까지 반발 기류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여당 일부, ‘선거용 창당 부적절’에 당혹=노 대통령은 이날 “선거용 정당을 만드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여권의 최대 화두인 ‘범여권 대통합론’을 겨냥한 듯했다. 당장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공식적인 반응은 “당의 방향과 일맥상통하는 언급”이란 것. 하지만 내부의 기류는 다른 듯하다.
“여권의 위기탈출 노력을 선거용으로 폄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대통령은 그냥 조용히 지켜봤으면 한다”는 등의 비판적 시각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원내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초선 의원은 “범여권 통합론은 민심이반을 복원하려는 눈물겨운 변신의 노력인데 이를 선거를 겨냥한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며 “어떤 식으로든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려면 지각변동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노 대통령이 ‘정책을 갖고 정당을 해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솔직히 통일ㆍ외교정책을 빼고는 우리나라 정당의 정책에 무슨 큰 차이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죽을 때까지 당을 지키겠다고 한 대통령이니까 그냥 물이 흘러가는 대로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자꾸 정치 이야기를 하지 말고 경제에 신경 쓰면서 흐름을 지켜봤으면 한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헌재 소장 임명 놓고도 대립=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문제를 놓고 노 대통령이 “중도진보 성향의 후보자가 임기를 다 채워 일하기 바라는 건 임명권자의 권한”이라고 밝힌 데 대해 여야는 찬반 양론으로 갈렸다.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으로 받아들인다”며 “한나라당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 국회에서의 절차를 진행하고 찬반의견은 표결로써 밝혀주기를 당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그러나 “대통령이 코드인사를 계속 고집하고 있다”며 “혹시나 하고 들었던 국민들이 많이 실망할 것으로 느껴진다. 여전히 독선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시작전권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이어졌다. 노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북한 핵실험ㆍ전쟁 가능성과 별개문제”라고 언급한 데 대해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안보불안 증가에 대한 국민의 우려 섞인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