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노동시장 구조개선 정책의 과제


김태기 단국대 교수1


한국 노동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확연히 나뉘어 있다. 대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노동조합에도 가입한 근로자들은 전체 근로자의 7.4%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의 임금수준이 100이면 중소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한 근로자들(26.4%)의 임금수준은 34에 불과하다. 큰 격차가 있음에도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중소기업에서 일하다 대기업으로 전직할 가능성은 낮다. 이를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한다.


中企 생산·고용의 질 향상에 역점

노동시장의 구조개선 없이 기술혁신, 세계화, 인구구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는 어렵다. 성장 잠재력 회복에 필수적인 고용률 제고가 어려우며, 고용 없는 성장에서 탈피하는 데 필수적인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향상이 어려우며.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데 필수적인 생산적 복지체제 구축도 어렵다. 정부는 비정규직 보호 문제 등 대증요법 중심의 법·제도적 개선정책에 치우쳐왔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고용노동정책의 핵심 과제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추진하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은 반드시 해야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엄청난 논란 끝에 도입된 비정규직보호법의 완전한 시행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율은 16%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은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노사정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는 물론 노동계와 경영계 그리고 지자체 등이 발상을 전환해야 가능하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은 무엇을 하겠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하다. 구조개선 과제뿐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의 의식 및 심리 개선을 위한 철학, 변화를 이끌어내는 인센티브, 이해당사자와 정책담당자의 권한과 역할을 규정하는 거버넌스 개편 등 구조개선 전략을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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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구조개선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문 등의 임금복지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중시해야 하지만 뒤처진 중소기업이나 서비스업 부문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고용의 질을 높이는 방안에 보다 역점을 둬야 한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은 노동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뿐 아니라 대학진학이나 직업교육훈련 등 노동공급 관행을 개선하고 수요와 공급의 매칭을 원활하게 하는 파격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조세·재정금융 정책 개발·활용해야

기업에 지급하는 고용 관련 사업 지원금의 효과가 미미하고 고용 관련 규제의 효과도 일시적이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에 따른 갈등으로 시간만 지연되고 상황이 악화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오히려 직업교육훈련 촉진, 임금체계 개편, 고용 촉진, 차별금지 등에 수반돼야 할 조세 정책, 재정금융 정책, 정부조달 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개발, 활용해야 한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이라는 과제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정부 부처 간의 역할 조정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민주주의 이후의 변화된 정책실행 메커니즘도 중시해야 한다. 주민들의 직접 심판을 받는 지방자치단체가 고용노동 문제 해결에 전면 나서도록 하고 업종 및 직종 노동시장에 관련된 협회의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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