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해직기자에서 수제 스피커업체 사장된 박성제 쿠르베 대표 "하고 싶은 것 잘 준비하면 뜻밖의 길 보여"

집에 돈 한 푼 못 보태고 헝그리정신으로 2년 버텨

성능·디자인 점점 입소문… 월매출 2000만원 올라서

제품·아이템 스펙보다 고객 수요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한 창업 노하우

박성제 쿠르베 대표가 자신이 만든 최고급 수제 스피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보통 레드오션이라고 하는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아직도 성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중요한 건 (제품·아이템의) 스펙보다 (고객) 수요에 잘 맞추는 거죠. 취업 안된다고 절망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자신 있는 분야에 열정을 쏟으세요.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잘 준비하면 뜻하지 않은 길이 보일 겁니다."

청와대와 여당의 눈치만 보는 MBC 경영진에게 노조위원장으로서 대립각을 세운 지 5년, 결과는 해직이었다. 20년차 기자에서 졸지에 백수가 된 그는 소일거리 삼아 목공실을 들락거렸고, 그 끝에 오랜 취미이던 오디오 분야로 빠졌다.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에 빠져 대학 시절엔 기타를 뜯거나 오디오를 갈아대며 보낸 그였다. 파업 현장에서는 기타로 민중가요 반주까지 했을 정도.

기왕 하는 거 외국 디자인 베끼지 말자고 생각한 끝에 직접 디자인한 제품에 칭찬이 이어졌고, 그렇게 고무된 그는 아예 회사를 차렸다. 바로 최고급 수제 스피커업체 쿠르베 박성제(47·사진)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그렇게 MBC 전 노조위원장으로서의 파업 기간과 해직 이후 창업을 다룬 이야기를 책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로 펴냈다.


호기롭게 시작은 했지만 녹록하지 않았다. 백수다 보니 신용카드 한도는 400만원, 해외쇼핑몰에서 부품 결제할 돈도 모자랐다. 원목 합판을 둥글게 잘라 원통 형태로 쌓은 스피커 울림통에, 일일이 음질을 점검·보완하는 작업이다 보니 좀처럼 1세트 만드는데 3주나 걸렸다. 900만원에 팔리는 대형 스피커는 아무리 박하게 잡아도 원가비율이 70%를 넘긴다.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기엔 인지도가 너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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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가 필요했지만 전문업체를 고용할 여력이 없으니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었다. 일껏 홍보 브로슈어를 만들었지만 눈길 갈만한 매장에서는 말만 꺼내도 문전박대. 눈치 보고 굽신거리며 홍보를 부탁하다보면 20여년 쌓인 '기자물'이 꿈틀거렸다.

그렇게 집에 돈 한 푼 못 보태주며 '헝그리'한 2년을 버텼다. 언론에 "MBC 해직 기자가 복직을 기다리면서 만들어낸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아름다운 스피커" 같은 평이 실리고 조금씩 성능으로도 인정 받으며 이제 매출이 월 2,000만원대까지 올라왔다. 성공을 말하긴 이르지만 그는 자신만만하다. 가장 본질적인 부분인 소리, 특히 독자적인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이다. 벌써 '쿠르베 시리즈' 대형에서 소형까지 7종의 제품을 내놓았다.

"골드문트나 B&W 등 유명 하이엔드급(최고급) 스피커는 유통과정에서 가격 거품이 많습니다. 저음이 깊고 풍부한 쿠르베는 몇 배 비싼 외제에 뒤지지 않습니다. 디자인은 더 높이 평가 받습니다. 앞으로 3년 내 국내 최고의 스피커로 인정받을 자신이 있습니다."

지난 2012년 해직 이래 아직도 복직소송 중인 그는 MBC로 돌아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하지만 쿠르베 역시 유지한다. 스피커 개발자이자 상표 보유자로 한 발 물러서고, 그 없이도 회사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국내 수요는 보통 5,000~1만명 정도로 봅니다. 1980~1990년대 노래방시장이 터진 것 같은 수요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출만이 답입니다. 지금 여러 방향으로 얘기가 되고 있어 내년부터 수출도 가능할 겁니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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