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자의 눈/5월 14일] 거래소의 과속

"한국거래소 직원이십니까? 출근 시간하고 성명을 여기에 적으세요." 13일 오전 8시50분께, 중고등학교에 있어야 하는 학생주임이 여의도 한국거래소 정문에 나타났다. 거래소 학생주임은 몽둥이 대신 서류철을 들고 직원들의 두발 및 복장을 훑어보는 대신 출근 시간을 검사한다. 출근 시간이 늦은 직원에 대한 '군기 잡기'인 셈이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김봉수 이사장이 취임 이후 부장ㆍ차장들에게 8시까지 출근할 것을 강조했다"며 "감사실에서 지각하는 직원들을 경고하는 의미에서 때때로 출근 시간을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김봉수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거래소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출근 시간이 늦은 직원, 오후1시 넘어서까지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 직원을 체크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직원들의 HTS 접속 차단 등 세세한 것부터 고참 부장 및 팀장들이 팀원이 되는 인사 개혁도 진행됐다. 이사회를 열 때마다 여의도 고급 음식점 투어를 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이사회를 대부분 거래소 회의실에서 여는 등 비용절감을 위한 변화도 있다. 겉으로 보이는 거래소의 변화상은 적어도 거래소의 '시어머니'들에게는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부 정부 부처에서는 한국거래소를 공공기관 개혁의 우수 사례로 언급하고 있다. 거래소의 주주인 증권회사의 직원들도 "거래소 직원들이 증권회사 직원들을 대하는 자세가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그러나 거래소 내부에서는 "변화와 혁신도 좋지만 너무 급하다"는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김 이사장이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속도전'을 벌이다 보니 정작 내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데 소홀하다는 말이다. 얼마 전 노조를 조직하려던 고참 직원들의 뜻이 꺾인 것도 '높은 곳'의 압력에 김 이사장을 비롯한 간부진이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후문도 들려온다. 거래소의 한 직원은 "거래소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진 지는 오래됐다"며 "업무가 손에 쉽게 잡히지 않는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결단력과 추진력도 리더의 덕목이지만 설득과 화합도 합리적인 리더가 갖춰야 할 'ABC'중 하나다. 지난 5개월 동안 김 이사장의 리더십은 한쪽에 치우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김 이사장이 보여줄 리더십은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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