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자생력 키우기 실질적 지원·기업형 일자리 확대 나서야

자영업자 출구가 없다<br>출구없는 구조조정은 길거리로 내모는 격<br>부채축소·귀농지원 등 대상별 대책 차별화


■ 자영업자 몰락 대책은 정부의 자영업자 대책의 핵심은 자영업자 숫자 자체를 줄이는 데 있다. 자영업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군 가운데 두번째로 높고 평균치의 두배가 되는 상황에서 일단은 3저구조(저소득ㆍ저숙련ㆍ저희망)에 빠진 자영업의 외형부터 축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은 지난 2006년 참여정부 시절 5ㆍ31 영세자영업자 대책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평가됐다. '도마뱀 제 꼬리 자르는 식'의 대책일 뿐 영세자영업자의 실질적 문제인 생활불안정 해소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임시적ㆍ한시적 대책보다는 체계적인 대책을 촘촘하게 구성해 전방위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에게 활로를 찾아줘야 한다"며 "무엇보다 자영업 자체를 줄이는 것에 앞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달라진 것 없는 자영업자 대책=정부의 영세자영업자 대책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대량실업과 중산ㆍ서민층의 생활안정이 목표인 정부의 영세자영업자 대책은 표적부터 잘못됐다. 업종과 소득을 교차시킨 생계형 자영업자보다는 규모 기준으로 소상공인이라는 광범위한 표적을 정해 지원정책을 폈다. 소상공인은 광업ㆍ제조업ㆍ건설업ㆍ운수업의 경우에는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기타 업종의 경우에는 5인 미만으로 규정, 지원대상 자체가 지나치게 넓게 분포돼 지원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돼왔다. 2000년 12월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 조치법'이 만들어진 뒤 정권마다 각종 자영업자 지원책을 내놓았다. 국민의 정부는 정책자금 지원에 집중해 실업률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참여정부는 5ㆍ31 영세자영업자 대책으로 컨설팅과 경영안정지원 등을 통해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시도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소기업 종합지원계획'을 통해 소상공인ㆍ재래시장의 동반성장 전략을 구상하며 자생력 있는 소상공인 육성이 집중했다. 하지만 세 정부 모두 자영업자의 구조조정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이들의 생계 불안 해소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정부의 지원기관도 550만명에 가까운 자영업자를 커버하기에는 턱없이 작은 규모다. 1999년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설치ㆍ운영하기 시작해 2006년 소상공인진흥원으로 확대개편하고 전국적인 조직을 만들기는 했지만 자영업자의 피부에 와 닿을 정도의 규모나 조직은 아니다. ◇대상별 차별화된 대책 필요=소상공인진흥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85% 정도가 계속해서 자영업을 고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자영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지만 정작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자영업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 지원대책이 생계형 창업자의 3저 문제를 해소하는 데는 미흡한 만큼 지원대상을 명확히 해 차별화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예산사업이 대부분 사업자금과 관련된 신용보증에 집중돼 정작 필요한 가계긴급자금은 불충분하다. 특히 생계형 자영업자가 사업상 또는 가계자금 명목으로 비금융권에서 차입한 부채를 해결하지 않는 한 운전자금 압박 및 생활불안에서 탈출하기 어렵다. 또 음식점 등 과잉상태 자영업자의 전직에 대해 지원하지만 이러한 업종에 집중된 중고령층이 쉽게 전업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제시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생계형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책으로 우선 부채를 축소하기 위해 자영업자의 사업상 부채규모를 조사해 지원하고 자산담보부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자산이 없는 자영업자는 근로약정부 대출 시행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중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 귀농지원 프로그램, 기술교육을 통한 해외취업이민 등도 자영업자 대책에 포함시킬 것을 주문했다. ◇제대로 된 기업형 일자리를 만들어야=저부가가치 저성장 분야인 자영업에 여전히 몰리는 것은 기업형 일자리가 부족한데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 진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키아라 크리스쿠올로 OECD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월 서울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의 서비스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와 낮은 생산성은 결과적으로 제조업 등 다른 산업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OECD 최하위인 한국 서비스산업이 진입개방과 투자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면 좋은 일자리는 물론 제조업의 성공에도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큰 틀에서는 고용이 증가할 수 있는 산업정책적 측면에서 접근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 취업의 기회를 확대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자영업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던 퇴직자들이 경험직으로 다시 회사로 돌아가게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자영업이 축소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현석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전무)은 "일자리에 대한 출구 없이 인위적인 자영업의 구조조정은 무작정 자영업자를 길거리로 내모는 격"이라며 "자영업의 몰락에 따른 대량실업 사태가 발생하거나 사회안전망에 의존해야 하는 빈민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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