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래간만에 한 업체의 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거의 두 달이 넘도록 연락이 없던 곳이었다. "저한테 자료가 있는데 인터넷으로 올려주실 수 있어요? 늦으면 안되고 반드시 장중에 떠야 해요. 누군지 밝히지는 말고 그냥 관계자로 했으면 좋겠네요. 워낙 비밀스러운 일이라서요" 보내온 자료에는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그냥 원유수입을 위해 회장이 해외출장중이라는 얘기였고 그래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 이상은 알고 있지만 알려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전자업체인 S사의 부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주식매입과 소각을 준비하고 있고 외식산업에도 진출한다는 자료를 보내줄 테니 기사화해 달라는 것이었다. 보다 구체적인 얘기를 물어보니 그 이상은 말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한술 더 떠 기사화하면 기사를 자신에게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회장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면서 말이다. 그럴 수는 없다고 하자 "다른 곳은 다 그러는데 왜 그러냐. 그럼 없던 일로 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증시가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중소 벤처기업들의 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IR을 강화하고 언론매체에 대한 홍보도 확대하고 있다. 또 투명경영이나 주주경영을 표방하면서 기업이 가진 정보를 주주와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도대체 주가가 왜 떨어지는지를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투자자들이 기업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거기서 나오는 얘기가 도대체 어디까지 진실인지 모르기 때문에 기업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이들은 이해하려 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묻지마 홍보'를 할 테니 '묻지마 투자'나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격이다. 단지 언론에 한줄의 기사가 나온다고 해서 기업의 주가가 올라가지는 않는다. 기업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공평하게 정보를 공유해 투자자에게 '내 회사'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지 않는 한 주식가치는 계속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기사만으로는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사실을 왜 모를까.
송영규<성장기업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