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원 외환은행장이 3일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새 대주주인 론스타가 `새로운 경영체제`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은 행장 교체에 이어 임원진 물갈이 등 큰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은 당초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의장 선임을 비롯한 후임 행장 선출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노조측이 `론스타의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하며 회의실 진입을 막아 오후 늦게까지 절차를 밟지 못했다.
◇이행장 사퇴 공식화 = 론스타측이 행장교체 여부에 대해 함구로 일관한 가운데 이 행장은 이날 오전 집행임원 간담회를 통해 “외자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고 이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고 말한 데 이어 농성 중인 김지성 노조위원장과 만나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 사퇴를 사실상 공식화 했다. 이 행장은 론스타의 인수대금 납입 완료를 전후해 이미 론스타로부터 교체와 관련한 언질을 받고 지난 달 30일 주요 임원 및 사외이사들과 밤 늦도록 술자리를 갖는 등 마음의 정리를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후임 행장은= 론스타는 이 행장의 퇴임 이후 새 행장을 물색할 때까지 당분간 이달용 부행장을 행장대행으로 선임해 경영을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외환은행 안팎에서는 후임 행장으로 강정원 전 서울은행장, 장병구 수협 금융부문 대표, 정기홍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토드 벗지 일본 도쿄스타뱅크 행장 등이 거명되고 있지만 론스타측이 이미 예상치 못한 다른 인물을 행장후보로 내정해 놓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 지는 등 전혀 예측불허의 상태다. 일각에서는 외자유치 협상 과정에서 능력을 인정 받은 이 부행장의 승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외환은행 대변혁 예고= 론스타는 이날 행장교체 과정에서 “향후 경영계획에 대해서는 밝힐 수 있는 단계가 아니며 신임 경영자를 통해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론스타는 이에 따라 이 행장 교체 외에도 개혁과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다른 임원진에 대해서도 일괄사표를 받아 자신들의 의중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인물들로 경영체제를 대폭 정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경영상 큰 문제가 없었던 이 행장을 내년 주총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교체 한 것은 하루빨리 외환은행을 `론스타 체제`로 변화시키겠다는 의미”라며 “기존 중장기 경영전략의 전면적인 수정을 비롯해 영업과 인사 전반에 걸쳐 과거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론스타는 그러나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부터 이번 행장교체에 이르기까지 단 한번도 공식적인 배경이나 상황 설명 없이 함구로만 일관하고 있어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