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국은 구리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체급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까지 나올정도로 천야오예는 맥을 못 추었다. 그가 보여준 것이라고는 끝까지 물고늘어진 집념뿐이었다. 제2국은 같은 장소에서 흑백만 바꾸어 쥐고 열렸다. 오늘의 사이버오로 해설자는 최명훈9단. 이창호와 동갑(1975년생)으로 2000년도에 LG칼텍스배(그때는 LG정유배로 불리었음)를 차지하여 랭킹5위권까지 부상했던 인물이다. 최근에는 후배들에게 밀려 랭킹30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요즈음은 포석이 아주 사나워졌어요.” 백6이 놓였을 때 최명훈은 참고도1의 흑1 이하 11을 놓아 보였다. 이런 식으로 초반부터 격렬한 육박전을 벌이는 것이 요즘의 추세라는 것. 구리는 실전보의 흑7로 굳히는 다소 색다른 포석을 들고나왔다. 백8의 갈라침에도 직접 대거리를 하지 않고 9로 걸쳤다. “뭐랄까. 힘으로 위압을 하겠다는 태세로군요. 후배를 쥐고 흔들어 보겠다는 것이지요. 올코트 프레싱이라고나 할까.” 흑9에 대한 최명훈의 논평이었다. 흑13의 슬라이딩을 본 천야오예는 백14로 철썩 갖다붙였다. “일리있는 착상입니다.” 참고도2의 백1로 받으면 흑2 이하 14가 예상되는데 흑이 편해 보인다는 것이 최명훈의 설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