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3분의1 해당… '규제 공화국' 여전 ■ 재계 1,664건 규제 폐지·개선 건의얽히고 설킨 200개 핵심규제 기업투자 가로 막아공장신·증설 완화등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능"과거에도 논의는 무성히…정부, 과감한 결단을" 오철수 기자 csoh@sed.co.kr 토지이용에서 노동ㆍ창업ㆍ물류ㆍ산업안전 등 기업경영활동의 모든 영역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2중, 3중 규제가 얽혀 있다. 이 때문에 투자 기회가 다가와도 시기를 놓치거나 적정 규모를 확보하지 못해 기업활동이 움츠러든다. 나아가 국민생활의 불편도 초래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에서 나타난 규제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는 ‘규제 공화국’이라고 할 만하다. 전경련 조사 결과 전체 5,025개 규제 가운데 3분의1에 해당하는 1,664건이 폐지 또는 개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 것은 기업과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규제가 여전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재계는 “과거에도 수차례에 걸쳐 규제개혁 논의가 있었지만 규제는 되레 늘어왔다”며 “국가 경쟁력을 키우려면 정부가 과감한 결단을 내려 규제개혁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얽히고 설킨 핵심 규제=재계는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규제와 경제력 집중 억제 등 이른바 ‘덩어리 규제’를 해소하는 데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경련이 중장기 과제로 제시한 200개 규제가 이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것이 수도권 규제다. 세계화 추세 속에서 도시권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좋은 입지를 가진 권역에서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대내외적인 여건을 감안하면 기업들의 투자유치 면에서 경쟁력을 가진 곳은 수도권이다. 하지만 수도권은 공장총량 규제를 받는데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의 제약도 받고 있어 기업들은 투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투자기회가 막힌 기업들이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개발제한구역이나 농지ㆍ산지 규제, 토지거래허가제도 등 토지이용 제한에 따른 비용 증가도 기업들에는 큰 부담이다. 근로자 해고 요건이 까다로운 등 노동시장과 노사관계가 지나치게 경직된 점도 일자리 창출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출자총액제한이나 상호출자금지, 지주회사 행위제한, 금융ㆍ보험사의 의결권 제한과 같은 경제력 집중 억제와 관련된 규제들도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주선 한경연 기업연구본부장은 “경제력 집중억제 규제들은 30년 전의 경제환경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특히 이들 규제가 기업의 경영권 방어 장치들을 무력화하는 기능까지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무엇을 위해 이런 규제가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단기에 해결 가능한 현안은=핵심 규제들은 수도권 관리계획 등 제도 자체에 대한 검토ㆍ보완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추진할 과제다. 재계는 다만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 완화와 같은 간단한 사안들은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실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규제 백서에서는 단기 실행이 가능한 현안과제로 ▦경제자유구역 내 대기업 입지제한과 ▦외국인 교원의 보수제한 규제 ▦외국인 투자업종 제한 등 184개를 거론했다. 이 가운데 과밀억제지역 내 공장이전지 용도전환 규제와 과밀억제권지역 내 기존 공장 신ㆍ증설 제한 완화, 산지개발사업 수탁자로 민간 참여 허용 등 수도권과 토지 이용 규제를 우선적으로 풀어줄 것을 건의했다. 이밖에 기업 애로 해소와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고용명령제 폐지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금지 규제도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천이 관건=재계 차원의 규제개혁 방안을 주문했던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8월 서울경제 창간 47주년 특별 인터뷰에서 “재계와 협의를 통해 5,000여건에 달하는 규제 가운데 불가피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폭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개혁에 대해 한 총리가 상당히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의 뜻대로 풀릴지는 미지수다. 과거 외환위기 직후에도 국민의 정부는 규제 건수를 일시적으로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였었지만 이후 슬그머니 늘어났다. 규제개혁이 말처럼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크게 늘어난 의원 입법에 대해 규제심사를 담당할 조직이 없다는 점도 규제 증가에 한몫 하고 있다. 특히 차기 대통령 선거를 2개월 정도 앞두고 현 정권의 추진력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도 의문이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며 “정부가 정책 집행과정을 잘 점검해 실제 규제개혁으로 연결되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10/17 1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