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가 건설사들의 조직을 바꿔놓고 있다. 올해 공공발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상당수 대형 건설사들이 공공 영업조직 규모를 대거 축소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 국내외 건설사업에서 민관 혼합형 프로젝트가 늘어나면서 사내조직 역시 부서 간 연계를 강화하는 등 '유연한' 조직을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줄이고 합치고…잇따른 조직개편=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지난해 말 진행된 조직개편을 통해 글로벌마케팅실을 만들어 기존의 글로벌마케팅본부와 국내마케팅본부를 함께 두기로 했다. 글로벌마케팅본부는 해외 부문을, 국내마케팅본부는 국내 공공영업을 주도하는 부서지만 조직개편을 통해 올해는 같은 조직에 속하게 됐다.
이는 삼성건설의 올해 사업전략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건설은 올해 민자발전사업(IPP)과 민관협력사업(PPP) 등 해외개발형 민자사업 추진에 중점을 뒀다. 해외개발형 민자사업의 경우 한국전력이나 한국수력원자력∙한국도로공사 등 국내 공기업과의 파트너십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 공기업과의 적극적인 연계를 위해서 국내외 영업조직을 통합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올해 부문제를 확대하면서 기존 국내영업본부를 공공영업실로 축소했다. 조직이 축소되면서 영업본부에 있던 기술 관련 인력 등은 국내외 현장에 복귀했으며 기술 등의 문제는 관련 부서와 협력을 강화해 해결하기로 했다.
대우건설의 한 관계자는 "공공 영업조직의 변화 필요성은 최근 들어 꾸준히 제기됐던 것"이라며 "이번 조직개편은 시장상황 변화에 맞춰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역시 기존 5실로 구성된 국내영업본부의 국내사업지원실과 국내영업계약실은 국내영업실로 합쳐 4실 체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슬림화∙유연화로 대응=업계의 공공 영업조직 개편은 올해 국내 공공공사시장 규모 축소 탓이다. 정부는 올해 사회간접자본(SOC)시설 투자액을 지난해보다 3.6%가량 증가한 23조9,000억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신규사업보다는 계속사업 위주여서 신규 발주물량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건축∙토목 부문 공공공사 발주 규모는 총 32조~33조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보다 5% 정도 줄어든 것.
대한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전부터 진행된 사업의 계속비가 증가한 것은 건설업계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공공 부문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결국 신규 발주물량 감소가 건설사 관련 조직 '슬림화'로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슬림화가 단순한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규모는 줄었지만 영업력은 강화하고 급변하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건설사마다 진행한 정기 임원인사에서 기존 영업인력이 대거 임원으로 승진하기도 했다"며 "조직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체질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