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7월 29일] 북극곰의 사냥술과 상생

남문현 논설위원 몸무게가 최대 800kg에 달하는 거대한 북극곰이 주요 먹이인 바다표범을 주위에서 스스로 사냥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바다표범이 호흡을 위해 올라오는 얼음구멍 주변에서 낚시꾼처럼 매복을 하다 기습하거나 바다표범이 새끼 사육을 위해 눈 속에 파놓은 굴을 파괴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30km가 넘는 거리까지 포함하는 장거리 먹잇감 사냥을 나설 때는 갈매기, 북극여우와 한 팀을 이룬다. 사냥 팀 전위부대 역할을 맡는 갈매기들은 북극곰에게 바다표범의 위치를 안내하고 북극여우는 사냥감 가까이에 접근해 주위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 바다표범이 북극여우에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먼 길을 달려온 북극곰이 신속하게 사냥을 마무리 함으로써 3위 일체를 이룬 팀원들은 다 함께 포식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거세지는 친서민 정책과 대기업 역할론 이명박 정부가 최근 부쩍 강조하고 있는 친서민 정책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논란이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올들어 지난 2분기이후 경기가 확장국면에 접어들며 지난 상반기 GDP성장률이 7.6%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순익 1조원이상을 기대하는 곳이 20개가 넘을 만큼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중소기업인 협력업체 상당수는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대기업들 입장에서는 ‘옥죄기’라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해 30대그룹의 순수 설비투자 실적은 총 54조9,970억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상황에서 당초 계획보다 5.9%늘렸다. 올들어서도 삼성 LG 포스코 등 상당수 대기업들이 사상최대 규모의 투자와 적극적 채용을 계획하고 있는데 제 역할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은 수긍키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기업들의 그런 계획이 눈에 띄는 결과로 충분히 나타나지 않는데 있다. 막대한 수익을 쌓아놓기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단적으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달 초 208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용을 보면 원자재가 상승에도 납품단가를 올려 받지 못하고 있다는 곳이 44.2%에 달했다. 이 것은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는 미래 먹거리에 대한 확신을 제대로 갖지 못하는 가운데 경영 초점을 단기적인 주주가치 증대에만 맞추고 있는데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주주들을 위한 단기 수익극대화에 집중하다 보니 납품단가 인상 수용 등 기업으로서 해야 할 사회적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한때 주주가치 경영을 강조해온 GE의 전 CEO 잭 웰치가 뒤늦게 자신의 경영 이념을 후회하며 지적한 ‘기업의 주된 후원자는 근로자와 소비자’라는 점을 대기업들은 깊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상생 시스템과 공존 윤리가치 키워나가야 정부가 대기업에 대해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집중적 단속과 함께 기업비리 관련 검찰 수사 에 나서기로 하는 등 전 방위적 압박을 하는 것은 자칫 시장원리를 훼손하고 ‘반대기업 정서’ 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즉흥적인 강제적 조치는 반발과 부작용만 불러 일으킬 것이다. 결국 대 중소기업간 지속 가능한 상생시스템과 공존을 지향하는 윤리적 기업가치를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불공정 거래 행위 등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성과를 합리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궁극 적으로 중소기업이 건전하게 자생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애플이 아이폰과 앱 스토어로 구성된 플랫폼과 콘텐츠로 구분되는 관련업체들간 유기적 협조체제로 성공 신화를 이뤄 내며 동반성장, 상생하고 있는 사례를 대기업들은 깊이 새겨야 한다. 산업 생태계 뿌리인 중소기 업이 제대로 생존하지 못하면 줄기라 할 수 있는 대기업은 물론 국가경제 자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장거리에 위치해있는 바다표범을 갈매기, 북극여우와 함께 3위일체 정신으로 사냥하는 북 극곰의 슬기로운 상생 정신을 정부와 기업 모두가 곰곰이 곱씹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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