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월가 리포트] "유가 하반기 반등하겠지만… 수년내 100달시대 보기 힘들 것"

힘 실리는 유가 바닥론

미 셰일 생산감소·글로벌 수요증가 등 힘입어

"하반기 배럴당 60弗대로 오를 것" 전망 잇따라

경기부진·달러강세로 가격상승 속도는 더딜 듯


날개 없이 추락하던 국제 유가가 최근 배럴당 40달러 중반대에서 등락을 거듭하자 유가가 거의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거부 등으로 유가가 당분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더 크다. 또 일각에서는 배럴 당 20달러대까지 급락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온다.

하지만 미국 셰일 생산의 정체, 투기자금의 유입, 저유가로 인한 중국 등의 수요 회복, 중동 정정 불안 등의 여파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수준에서 하락세가 멈춘 뒤 올 하반기에 60달러대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유가 반등의 속도는 느리고 향 후 몇 년간은 배럴당 100달러 시대는 다시 보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가 40달러가 바닥" 전망 커져= 최근 CNBC가 33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가 바닥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25~48달러로 예상됐고 평균은 40달러였다. 29일 현재 WTI 가격이 배럴 당 44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 하락 여지가 10% 남짓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월초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올해말 평균 WTI 유가 전망은 지금보다 30% 상승한 배럴당 63달러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원자재 거래 투자은행(IB) 가운데 하나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올 상반기 중 WTI는 배럴당 40달러에 근접할 것"이라며 "이후 구체적인 시기는 불확실하지만 WTI와 브렌트유 유가가 각각 65달러, 70달러 수준으로 강하게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공급 과잉 상황이 빠르게 해결되기는 어렵지만 올 하반기에는 저유가로 인해 글로벌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는 게 유가 바닥론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치킨 게임이 거세지면서 미국의 원유 시추공이 지난해 6월 이후 감소세를 나타내는 등 미국 셰일 혁명이 일부 후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중동의 원유 생산 원가는 배럴당 20달러 가량이지만 미국은 50달러 정도이다.


인베스코 에너지펀드의 노먼 맥도널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데본 에너지, 캐나다내추럴 리소시스, 울트라 페트롤리엄 등 상대적으로 생산 비용이 낮은 북미 지역 업체들도 유가가 배럴당 55달러, 60달러는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공급이 줄면 가격이 반등한다는 것은 시장의 메커니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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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빠른 투기 자금들도 올 하반기 유가 반등에 베팅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원유 상장지수펀드(EFT)에 유입된 자금은 23억 달러에 이르렀다. 특히 4대 원유 EFT에 유입된 자금은 12억3,000만 달러로 지난 2010년 5월 이후 4년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바이클레이스는 "지난해 11월 OPEC의 감산 불가 결정으로 유가가 떨어지자 오히려 자금이 유입됐다"며 "OPEC 회동 이전의 4대 원유 EFT 운용 규모가 20억 달러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유입된 자금은 어마어마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뉴웨지 저팬의 유수케 세타 원자재 판매 매니저는 "유가가 바닥에 도달했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가격 반등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몇년간 100달러 시대는 보기 힘들 것"= 더구나 일각에서는 OPEC이 미국의 셰일혁명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준 뒤 감산에 들어갈 경우 단기간에 유가가 폭등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압달라 살렘 엘-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최근 "현재 45~50달러 선인 유가가 저점을 찍고 조만간 반등할 것"이라며 "에너지 기업들이 투자를 줄인다면 앞으로 3~4년 내 공급 부족으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에너지 개발업체인 에니의 클라우디오 디살치 최고경영자(CEO)도 "2020년 이전에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석유업계의 거물인 티 분 피켄스 BP캐피털매니지먼트 CEO는 "사우디는 70달러 수준의 국제 유가를 앞으로 10년간은 감내할 수 있지만 나머지 회원국은 어렵다"며 "12~18개월 안에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90~100달러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유가가 반등하더라도 60달러 중반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CEO는 "피켄스는 에너지 부문의 대가이지만 시장은 내가 더 알고 있다"며 "유가가 배럴당 90달러까지 가지 않는다는데 돈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분석기관인 팩트셋의 에너지 분야 애널리스트 대상 조사에서도 올 4ㆍ4분기 평균 유가는 배럴당 64달러로 전망됐다. 중국, 유로존, 일본 등 글로벌 경기가 부진하고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유가가 급등할 경우 미 셰일 업체들이 순식간에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UBS는 "현재 공급 과잉 물량은 하루 130만 배럴로 추정된다"며 "국제 유가가 내년에 60달러대 위로 올라가겠지만 급락 이전 가격인 90달러 수준을 회복하려면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일각에서는 유가 움직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우디가 미국, 러시아 등 경쟁국을 원유시장에서 몰아내기 위해 과거 공언대로 유가 20달러대도 용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올 하반기 유가의 향방도 올 6월 열리는 OPEC 총회에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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