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 벌써부터 선거바람<br>상업단지개발·고속도로 신설등 <br>구상단계 개발안까지 마구 공개
요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누가 구청장ㆍ시장 자리를 노리고 움직인다더라’ ‘어느 과장은 누구 줄에 섰다더라’는 말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단체장은 물론이고 선거 출마를 고려 중인 고위공무원까지 가세하면서 물밑 선거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전이 달아오를수록 단체장이나 공무원들이 의욕적으로 시정활동을 한다는 건 긍정적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만만찮은 게 문제다. 무엇보다 가뜩이나 어려운 지자체 살림살이를 고려하지 않는 ‘선심성’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설익은 선심성 정책 쏟아져=서울 송파구는 지난 3월 초 잠실 5단지와 신천ㆍ방이동 일대 30만여평의 용도를 변경해 상업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흘렸다. 이 계획은 시와의 협의를 거치지 않은 구 자체의 구상이었지만 주변 부동산 시장은 들썩이고 일부 주민들은 조기 상업지역화를 요구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송파구는 “계획은 앞으로 많은 절차가 남아 있고 시와의 협의과정에서 수정될 수 있다”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주민들의 동요는 가라앉지 않았다.
경기도가 최근 내놓은 정책 가운데 일부는 사업성이 없거나 추진 자체가 불투명한 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오산~용인~하남을 연결하는 제2경부고속도로 신설사업. 이 사업은 이미 2년 전 도가 ‘경부고속도로 복층화’ 구상과 함께 민자유치를 검토했다 사업성이 없어 포기한 정책. 경실련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때문인지 구상단계에 불과한 자치구의 개발안이 계속 공개되고 있는데 자제해야 한다”며 “현실화 여부에 관계없이 무조건 띄워놓고 보자는 선심성 정책은 결국 주민부담으로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유력후보에 줄서기 경쟁=선거전이 달아오를수록 공무원들은 어느 쪽에 줄을 서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선거가 1년 넘게 남았지만 상당수 지자체에서는 줄서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시장과 도지사가 소속 정당을 탈당해 정치지형이 급변 중인 대전과 충북 지역은 줄서기 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와 수시로 접촉하며 눈도장 찍기에 여념이 없는 공무원도 눈에 띄고 있다.
특히 과거 줄을 잘못 섰다 피해를 본 공무원들의 경우에는 이번 기회를 통해 불이익을 만회해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기도 하다. 대전시의 한 공무원은 “줄서기의 성공 여부에 따라 인사상에 희비가 엇갈렸다는 지금까지의 경험에 충실할 따름”이라고 항변했다.
단체장이 앞장서서 줄서기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지난 3월 시 고위공무원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시청 내부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친정체제 구축’으로 원칙과 연공서열을 파괴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시정보다는 선거에 무게 쏠려=정장식 포항시장은 최근 내년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도전 선언과 함께 원전수거물처리시설(방폐장) 유치를 공식화해 반대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주민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이고 즉흥적인 정책결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김관용 구미시장도 정당 행사에 얼굴을 자주 내미는 등 경북지사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를 거듭하고 있어 구설수에 휘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