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농산물 생산·유통 선진화 시급

우주희 <롯데마트 청과팀장>

농산물 소비시장에서 대형 할인점들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올해 국내 농산물시장 총 물동량의 20% 이상이 대형 할인점에서 소비되고 있으며 대형 할인점의 농산물 총 판매액도 1조8,000억원 규모로 전망되는 등 농산물시장에서 할인점의 시장 지배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농산물을 구매하는 장소로도 대형 할인점이 선호되고 있다. 이렇듯 국내 농산물시장에 대한 대형 할인점의 역할이 커지면서 산지 생산자(조직)들은 대형 할인점과의 거래관계 구축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국내 농산물 산지의 현실은 척박하기만 하다.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게 농산물을 생산ㆍ출하하고 대형 유통업체에 적량을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기반과 역량을 가진 곳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이러한 국내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 문제를 직시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국내 농산물 생산기반은 생산성이 떨어지는데다 선진국의 농산물 출하 시스템과 같은 규모화되고 자동화된 설비구축도 미약하다. 더욱이 농산물시장의 국외적인 여건은 더욱 어렵다. 이미 한ㆍ칠레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칠레산 농산물 수입이 급증하고 있고 중국을 비롯한 농산물 생산 대국들의 시장개방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 국가는 선진화된 출하조직과 설비ㆍ마케팅ㆍ저가격 등을 무기로 국내 농산물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결국 국내 유통업체들은 고품질과 저가의 수입 농산물 취급을 확대해가고 있으며 소비자 수요도 점차 늘어나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농산물 산지 생산자들의 의식개혁과 경쟁력 확보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 우선 정부의 체계화된 농업정책과 투자가 필요하며 영세한 산지생산 농가를 조직화하고 규모화시킬 수 있는 정부기관과 민간조직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 생산자의 경쟁력 확보와 정부지원을 통해 농산물의 생산 및 유통 선진화가 이뤄지면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미국의 썬키스트 조합, 뉴질랜드의 제스프리사와 같은 세계적 브랜드의 농산물 마케팅 조합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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