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26일 취임식 직후 춘추관에 들러 “요새 잠도 못자고 했는데 이곳에 오니 맘이 안정되고 제대로 일을 해야 겠다는 자신감도 든다”고 말문을 열었다. 언론인 출신으로 청와대 홍보수석을 역임했던 이병완 비서실장은 기자를 ‘언론동지 여러분’이라며 친밀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 실장은 자신이 ‘정무형’이라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을 보좌하는데 지혜를 다하겠다”며 “굳이 정무적 역할이라면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과 자문에, 토론에 참여하면서 실장으로서 역할과 보좌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발탁사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취임사에서 밝혔다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이) 비서실장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맞춤형 선택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기자간담회에 앞서 가진 취임사에서 집권 후반기 과제로 정치 선진화를 위한 지역주의 극복과 언론과의 ‘업그레이드’ 된 관계 설정을 꼽았다.
그는 취임사에서 “지역주의가 아직 남아있는 한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의 우리 미래는 암울하다”며 “미래를 생각하고 후손을 생각한다면 이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이어 “과거 ‘언론과의 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긴장 관계였는데 그게 비생산적인 과정만은 아니었고 새로운 발전과 도약을 위해 상호간에 치른 희생”이라며 “후반기에는 언론과도 국정의 파트너로 협력하고 경쟁해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을 국정의 파트너로 삼아 앞으로 적극적이고 과감한 노력을 강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전날 ‘권력을 통째로 내놓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해석해달라는 주문에는 대통령으로 뽑힌 이유도 지역주의 극복이었다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수 십년 지속 성장했음에도 마지막 남은 그 틀을 후손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역사적 결단에 한나라당이 참여해달라는 호소”라고 부연 설명했다.
지난 2월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홍보수석 자리를 떠났던 이 실장은 건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청와대를 떠나면서부터 좋아졌다”며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더니 “골프에서 18홀을 돌고 나면 심심하다”며 받아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