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개인’으로 분류돼 온 랩어카운트(Wrap acoountㆍ랩)를 ‘기관’으로 분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랩의 매매를 일반 개미들과 나눠 보겠다는 것이다.
10일 한국거래소의 고위 관계자는 “랩은 기관이 운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기관으로 봐야 함에도 그동안 개인으로 분류가 되면서 시장 혼란이 있어왔다”며 “올해 안에 랩 거래를 기관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랩과 사모펀드 등을 포함한 투자주체의 재분류를 올해 사업계획에 넣은 상태다.
랩 시장은 지난해 급등장을 타고 급격하게 성장했다. 개인이 증권사를 통해 계좌를 위탁하는 만큼 운용은 기관이 하기 때문에 사실상 기관투자자의 성격에 가깝지만 계좌는 개인 계좌를 사용하기 때문에 투자주체 분류는 ‘개인’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순매수 또는 순매도 규모가 뻥튀기 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가까운 예로 지난 폭락장에서 랩은 개인 순매도에서 최대 30%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과 8일의 개인 순매도 금액은 5,722억원과 7,333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랩 순매도 금액은 각각 1,806억원과 1,862억원이었다. 전체의 25.4%, 31.6%에 달하는 규모다. ‘가짜 개미’의 투매에 ‘진짜 개미’들이 뇌동 매매를 할 개연성이 충분한 상황인 셈이다. 랩은 일반적으로 정해진 손실률을 넘으면 팔아야 하기 때문에 폭락장에서 주식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현재 거래소의 준비는 마친 상황이지만 각 증권사들의 시스템도 모두 손봐야 하기 때문에 2~3달은 걸릴 수 있다”며 “각 증권사들도 랩 계좌를 재분류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 놓고 있어 문제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래소가 이번에 기관으로 분류하는 랩이 증권사에서 관리하는 랩에 한정된다는 것은 한계다. 상당수의 고액자산가들은 대중적인 증권사 랩이 아닌 자문사 랩에 돈을 맡기기 때문이다.
한편, 거래소는 시장감시 분야에서도 랩의 시세조종 등을 적발하기 위해 관련 수식을 연구하는 등 덩치가 커진 랩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