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외환은행 매각 중단 촉구 움직임이 현재 진행 중인 외환은행 매각작업을 원점으로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지만,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국내 인수후보 은행들간 경쟁을 진정시키는 데는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에서는 15일 한나라당 등 야4당의 원내수석부대표가 모여 ‘외환은행 매각 중단 촉구 결의안’을 본회의에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이상경 열린우리당 의원 등 8명도 외환은행 인수관련 국정조사권 발동을 위한 특위 구성을 제안하면서 진행 중인 ‘외환은행 매각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바 있다. 외환은행 매각 중단에 대해서 여야 정치권에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이 외환은행 매각 중단을 촉구하는 이유는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가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조기 매각이 성사될 경우 수조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지난 2003년 1조3,800억원을 투자해 외환은행 지분 50.53%를 획득했다. 이후 외환은행의 경영이 정상화되면서 보유지분의 시세차익만 3조원을 넘어섰으며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합치면 5~6조원의 매각 차익을 얻을 것으로 추정된다. 론스타는 이에 대해“경영정상화를 일군 대가를 주가로 보상받고 시세차익으로 얻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사실 정치권도 이에 대해선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론스타가 국내에서 스타타워와 극동건설을 매각하면서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는 것이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외환은행을 매각해도 론스타에 대한 검찰수사가 나온 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론스타가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매각을 서두르려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치권에서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이 성사될 경우 과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실제 대주주는 론스타의 자회사인 ‘LSF-KEF홀딩스’이며, 이 회사는 조세피난처인 벨기에 브뤼셀에 본사를 두고 있어 외환은행 매각 후 우리나라에 세금을 한 푼도 안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외환은행 매각을 하더라도 검찰의 수사가 종료되고, 3년만에 수조원의 차익실현이 예상되는 론스타에 대한 과세 방안을 마련한 후 외환은행 매각이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의 입장은 외환은행 인수의사를 밝힌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에도 결코 불리한 제안이 아니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검찰 수사에서 론스타가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금융기관에 대한 보유지분 10%를 제외한 나머지는 강제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외환은행 인수후보자들에게는 가격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기회”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가 경쟁이 과열되면서 서로에게 떠밀리듯이 외환은행 인수를 서둘러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외환은행 인수전에 참여한다면 서두르는 것보다 좋은 조건에서 인수를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외환은행 매각 중단 촉구’는 앞으로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 등 외환은행 인수전에 나 선 금융기관들이 속도조절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