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지고 석양이 컴컴한 문짝 뒤에 가만히 앉아 있는 늙은 나
사람들이 떠들면 황혼이 멍한 혼란을 내다보는 어둠속 나
구부러진 오이를 잡고 종일 다 못 먹고 쥐고만 있는 나
늙은 뼈들은 어디서 시간을 축내고 마른 빵을 뜯어먹고 있을까
지금 나는 없는 것처럼 숨죽여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나
그런 날이 아침 속에 왔음을 눈 밝은 사람 몇이 알고 갈 것이다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창비 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