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식량안보를 확보하라] <5·끝> 수출로 농업기반 키워야

내수시장 만으론 한계… "수출서 활로 찾아라"<br>'규모의 경제' 통한 브랜드 확립·수출조직화가 살길<br>네덜란드·덴마크 등 농업 선진국 벤치마킹 나서야


면적이 우리나라 3분의1에 불과하고 바다보다 낮은 척박한 토지 조건의 나라 네덜란드. 하지만 네덜란드는 세계 3대 수출 대국으로 한 해 수출 규모가 500억유로에 달한다. 무역흑자의 40% 이상이 농업 부문에서 창출되다 보니 네덜란드에서 농업은 국가 경제를 든든히 뒷받침하는 주요 산업으로 탄탄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식량위기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도 농지는 날로 좁아지고 ‘농업무용론’까지 대두되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우리보다 열악한 환경의 네덜란드를 오늘날의 농업 강국으로 만든 요인은 기술력과 수출의 힘이다. 높은 부가가치와 수출경쟁력을 육성함으로써 국내 농업 기반을 키우고 그것이 다시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이 형성된 것이다. ◇내수시장 한계…수출로 기반 확충=‘0’에 가까운 인구증가율. 낮은 부가가치와 시장 개방에 따른 수입식품 소비 증대. 국내 농업의 미래는 답답하기만 하다. 수익이 안 나니 농가인구는 빠르게 줄어들고 그 결과 농지는 나날이 좁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 같은 내수시장의 한계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의 농업 기반을 유지할 대안은 수출이다. 농림수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농식품 수출 증대는 갈수록 위축되는 국내 농업 기반을 확충하고 농업 수출국으로서 국제 시장에서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식량안보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재배량의 3분의2를 수출하는 이스라엘의 경우 수출은 일정 규모의 농지와 식량을 유지하는 필수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 농업의 수출 현실은 아직 척박하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06년 현재 5,000만달러 이상 수출되는 품목은 8개, 그나마 신선농산물은 단 두개에 불과하다. 최근 10년간 농식품 수출증가율은 연평균 3.0% 수준. 대표적인 식량 수입국답게 무역적자 규모는 110억달러를 넘어선다. 해법은 명료하다. 경쟁력과 브랜드를 갖춘 상품을 만들고 쳬계화된 수출망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도 뒤늦게 발을 벗고 나섰다.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당시 농림부)는 오는 2025년까지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하기 위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한 데 이어 현재 실현가능성과 세부 대책, 수산 업무 편입을 고려한 개정 로드맵을 구상 중이다. ◇출혈경쟁 벗어난 규모의 경제 필요=수출길 확보의 기본 중의 기본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고품질ㆍ고수익 농산물을 재배하는 것이다. 하지만 농업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대목은 다른 데 있다. 우리의 농가구조가 워낙 영세하고 수술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국제경쟁력이 거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영세한 수출업체가 일정한 기준이나 연속성 없이 거래를 하다 보니 제대로 된 브랜드가 육성되기는커녕 품질 관리가 안 되고 국제 시장에서의 신뢰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수출액은 24억달러 규모의 미미한 수준인데 3,900여개에 달하는 수출업체가 난립하고 농가 역시 1㏊ 미만의 영세농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갈수록 엄격해지는 각국의 수입농산품 규정과 개방시대의 경쟁을 뚫을 만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셈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연간 200만달러 이상의 배를 수출하던 업체는 수출업체 난립에 따른 과당경쟁으로 부도 사태를 맞았다. 지역조합이나 영농조합 등이 주체가 돼서 수출에 관여하는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해외 시장을 관리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안정된 농산물 공급선을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 무수한 생산농가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일정한 품질과 거래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문화된 소수의 ‘수출조직’이 주도하는 농업 수출시스템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수출로 성공한 농업선진국 본받아야=농업 수출국으로 부상한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규모의 경제’를 통한 브랜드 확립과 수출의 조직화가 성공의 열쇠로 꼽힌다. 세계적인 낙농 수출국인 덴마크는 다단계 검사를 거친 상품에 국가 지정 상징 로고를 부착해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고 ‘DANISH’ 등의 대표 브랜드를 육성해 수출길을 확보했다. 최근 덴마크 영농 현황조사를 다녀온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덴마크 역시 개개 농가는 영세하지만 협동조합과 같은 법인을 구성해 시장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점조직으로는 농가가 살길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조언”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경우 정부가 50%의 지분을 보유한 아그렉스코(Agrexco)사가 계약농가의 품종 선택부터 재배의 품질 기준 관리까지 엄격하게 실시해 통합 수출 브랜드인 ‘카멜(Carmel)’을 성공적으로 육성했다. 이 밖에 뉴질랜드의 세계적인 키위 브랜드 ‘제스프리(Zespri)’는 2,600개에 달하는 회원 농가가 생산하는 키위를 ‘제스프리 인터내셔널’이 전담으로 수출해 70여개국에서 연간 10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올린다. 네덜란드도 2,500여기업이 마케팅 전담 공동체인 ‘그리너리(Greenery)’를 설립하는 등 규모와 전문성을 갖춘 수출 또는 마케팅법인을 통한 선진화된 시스템 구축은 농업 선진국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 국내 수출농업 성공사례
파프리카 브랜드 1위 '농산무역'
농가·수출업체 유기적 조직
年수출액 1,000만弗 넘어
우리나라에서도 농식품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성공한 경우에는 '상품력'과 '조직력'이 관건이었다. 국내 수출 농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농산무역'은 19개 영농조합법인, 80개 농가가 참여하는 전국 단위 생산자 수출조직. 국내 파프리카 생산 농가와 수출업체가 유기적인 조직을 이뤄 빠르게 수출역량을 높이고 있다. 작은 농가들이 모여 덩치를 키우고 공동으로 생산부터 포장ㆍ수출에 이르는 전과정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덕분에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높아진 것은 물론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높아진 것이다. 현재 농산무역이 관리하는 농지는 총 12만평. 한 해 수출액은 1,000만달러를 넘어선다. 농산무역이 만들어낸 파프리카 브랜드 '오아로'는 현재 내수 시장은 물론 일본 시장에서도 당당히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차별화된 상품 개발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경우도 있다. '장생도라지'는 21년생 도라지 재배법을 개발해 약재와 한방ㆍ미용제품ㆍ사탕 등 다양한 관련 상품을 출시해 해외 시장을 뚫은 경우. 이 업체의 수출액은 지난 2004년 30만달러에서 2006년 260만달러로 3년 사이에 9배 가까이 신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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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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