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소기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고용허가제 통과와 외국인노동자 문제였다.
국회는 지난 7월 31일 10여년간 줄다리기를 벌이던 외국인근로자 고용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을 통과시켰다. 시민단체와 인권단체들은 기존 외국인 노동자 관리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던 인권침해, 불법체류, 송출비리, 3D업종의 인력난 등을 해결할 대안이라며 일제히 환영했다. 하지만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인건비 상승, 외국인노동자들의 단체행동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며 반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법안이 통과 된 후 정부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 30만 명에 대한 일제 정리를 시작했다. 법무부는 지난 9월 1일부터 3개월간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의 80.9%인 18만4,199명에 대해 합법화조치를 내렸다. 이어 지난달 17일부터 약 12만 명의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을 일제 단속했다. 현재까지 1,900여명을 단속했으며, 3만 여명의 불법체류 외국인이 추가로 자진 출국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단속이 시작된 후 외국인 노동자들이 밀집한 경기도의 각종 공단과 지방공단에서는 도망치는 불법체류자들과 이들을 뒤쫓는 단속반의 추격전이 연일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단속을 피해 몸을 숨긴 외국인 노동자 중 추운 날씨로 거리에서 동사하는 사람이 생겼고, 도피자금 마련을 위해 범죄도 저지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체인력을 미처 구하지 못한 일부 중소기업은 공장가동을 전면 중단했고, 일부 중소기업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숨겨주고 몰래 일을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의 원인인 중소기업계의 인력난 해결과 고용허가제의 성공적 도입은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 약 9만명을 포함, 올해 합법화 조치를 받은 18만명이 오는 2005년 8월까지 모두 출국해야 한다. 관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2005년 8월에 또다시 올해와 같은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 문제가 재연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만약 정부가 의도한대로 2005년 8월까지 27만명의 외국인이 출국한다면 중소제조업 현장의 인력난은 불 보듯 뻔하지만 이에 대한 마땅한 대책은 전혀 세워지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역시 내년 2월에 고용허가제를 통한 외국인 도입 쿼터를 정하기로 했지만,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외국인 노동자 단속 및 출국현황에 따라 고용허가제 도입 규모를 정하기로 원칙만 세워 놓은 상태다.
사정이 이러하니 중소제조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인건비가 싼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2005년 이후에는 아예 제조업을 포기하겠다는 말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중소제조업체들이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고용허가제에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도 미지수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싼 임금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데 고용허가제는 이에 대한 이익이 전혀 없다”며 “특별한 유인책이 없는 한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중소제조업체는 극히 드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내년 8월 이후 한 사업장에서 고용허가제나 산업연수생 제도 중 한가지만 채택해 운영하게 할 방침이지만 일부 중소기업들은 이미 산업연수생과 합법화된 외국인근로자를 동시에 고용하고 있어 과연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또 산업연수생들과 합법화된 외국인들간 처우차이가 생기면서 외국인 노동자들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