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13년의 2인자 박진회… "지켜보면 내 능력 알게 될 것"

勞 "전문성 부족" 시선 있지만 업무 경험과 리더십은 별개

임원 승계 프로그램 탄탄… 새 진용 갖추고 조직 변화


"행장이라고 부르니까 어색하네요. 우리 은행에서는 얼마 전부터 직함을 다 없애서 그냥 '진회님'이라고 부르는데. 허허."

박진회(57·사진) 한국씨티은행장은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멋쩍게 웃었다.


박 행장은 전날 저녁7시까지만 해도 한미은행 시절부터 13년째 씨티은행의 부행장으로 살아왔다.

하영구 전 행장의 뒤에서 '2인자'로 살아온 그에게 행장이란 이름은 참으로 낯이 설었을 수밖에 없었다.

박 행장은 소회를 묻자 씨티그룹의 경영승계 프로그램 홍보를 먼저 했다.


그는 "어떤 은행도 이렇게 막중한 책임을 이어받는 데 잡음이 전혀 없이 진행된 곳은 없었다"며 "씨티은행의 임원 승계 프로그램이 얼마나 탄탄한지 다시 한번 느꼈다. 이런 점을 좀 널리 알려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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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장 선임 절차는 물 흐르듯이 지나갔지만 앞날은 그렇게 쉽지 않다.

우선 노조가 '소비자 금융을 몰라 경영 능력이 없다'고 비판하며 무기한 천막 농성과 출근 저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 행장은 지금까지 기업금융만을 전담해왔다.

그는 노조의 이 같은 시선에 대해 "직접 소비자 금융을 담당해서 해본 적이 없으니 노조의 주장이 절반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능력 문제는 경영을 해보면 곧 드러날 것이다. 해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박 행장은 "리더십이라는 게 반드시 모든 업무를 해봐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도 이야기했다.

14년간 단 한 번도 행장이 바뀐 적이 없었던 한국씨티은행의 새로운 앞날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도 그가 짊어진 과제다.

박 행장은 인사에 대한 질문에 "내부 인사는 아직 깊게 생각하진 못했다"면서도 "다 바꿀 필요는 없지만 행장이 바뀐 만큼 새로운 진용을 갖추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겠느냐"며 조직의 변화를 시사했다.

10년 넘게 호흡을 맞춰온 하 전 행장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하 전 행장과 박 신임 행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 선후배 사이로 고향 역시 각각 광양과 강진으로 같은 전남이다. 박 행장은 "어제 주주총회가 끝난 후 저녁 식사 자리에서 큰 틀에서 어떤 방향으로 씨티를 끌고 나갈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잘할 거다. 믿는다고 격려해주셨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달 말일로 은행에 흡수되는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는 하 전 행장은 한동안 은행으로 출근하면서 업무 인수인계를 할 예정이다. 취임식은 29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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