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경제부처와 현대차

전용호 기자(사회부)

“환경부 장관은 반대했지만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습니다. 이번에 잘못된 것을 경유승용차 허용에 따른 후속조치로 만회하겠습니다.” 김신종 환경부 대기보전국장은 지난 1일 대형 경유차의 배출기준을 ‘유로3(유럽연합 현행기준)’ 수준으로 강화하는 시기를 2개월 늦추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재정경제부ㆍ산업자원부 등 경제부처가 워낙 강력히 주장,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만든 법규를 시행도 못하고 스스로 고쳐야 하는 환경부의 딱한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 나라의 법규가 이렇게 쉽게 바뀔 수도 있구나’ 하며 쓴웃음을 짓게 된다. 현대측이 환경부에 시행규칙 유예를 요청한 것은 지난달 19일. 관계부처들은 부리나케 논의했고 불과 10여일 만에 한 기업에 의해 정부 법규가 바뀌었다. 현대차측은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협상 결렬로 인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계약이 무산된 시점은 5월12일. 한달간 조용히 있다가 ‘기습공격’하듯 처리하는 이유는 뭘까. ‘언론에 소문이라도 나면 이득될 것 없다는 판단에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은 무리일까. 더욱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산자부를 위시한 정부의 태도다. 현대가 정한 시일을 지키지 못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정부의 당연한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책임 추궁은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만약 이름 없는 소규모 업체가 지키지 못했어도 법규를 다시 뜯어고치면서 난리를 쳤을까. 2002년 경유RV 파동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처럼 어물쩍 넘어가면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 이 나라의 환경정책은 항상 ‘경제현실’이라는 미명하에 모순된 정책들이 뒤죽박죽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의 대기 질을 개선하기 위해 ‘특별법’을 통과시키면서 한편으로는 대기오염의 주범인 ‘경유승용차’ 판매를 허용해줬다. 경제부처들이 경제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당장의 현실에만 급급하는 것은 아닌지,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살기 원하는 국민들의 ‘열망’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chamgi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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