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량·다품종으로 ‘개방시대 살아남기’/업계,부분 공동생산 등 원가절감 절실/특소세 폐지 등 정책배려도 뒤따라야가구업계는 지금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불황때문이다.
당초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불황의 그림자가 너무도 길고, 깊다.
올해 가구시장 규모는 3조8천7백77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의 3조6천9백28억원에 비해 5.0% 가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성장율은 지난 94년 이전까지의 15∼20%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것이며, 소비자물가 상승율 감안하면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한것이나 다름없다.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이와관련, 가구연합회가 예상하고 있는 내년도 가구시장 규모는 올해보다 1.7% 늘어난 3조9천4백40억원에 불과하다.
○가정용 침체주도
현재 가구시장 침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가정용(혼례용)가구다. 전체 가구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높은데다, 대부분의 종합가구업체들도 가정용가구를 주력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용가구시장은 올해 1조4천2백억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년엔 올해보다 2.1% 증가한 1조4천5백억원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95년 전년대비 5.0%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을 기점으로 내리 4년간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용가구시장의 침체 장기화는 일단 주택건설경기 부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제부진에 따른 수요감소및 소비패턴의 변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실제 가정용가구 전체 수요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신혼부부들은 요즘 가구보다는 자동차, 컴퓨터등을 구매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제품 자체도 부피가 작고 저렴한 실용가구를 선호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반수요자 역시 취업난, 실직난의 여파로 구매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태.
그동안 가구시장 성장률 하락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사무용가구도 최근들어 불황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명퇴 및 감원으로 기업마다 주인없는 자리, 즉 잉여의 중고가구가 늘어 신규수요 창출은 커녕 기존 가구를 처분하기에 급급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이나 기관을 불문하고 불요불급한 경비지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는 추세여서 사무환경 개선을 위한 가구교체 계획은 백지화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사무용가구시장은 지난 10년동안 사무자동화 기기의 보급확대에 따른 사무환경 개선에 힘입어 매년 20∼30%의 고성장을 구가해 왔다. 뿐만 아니라 가구업계의 침체가 본궤도에 오른 지난 2∼3년 동안에도 사무용가구의 매출신장율이 꺽이지 않아 불황없는 시장으로 인식돼 왔을 정도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 졌다. 올해 사무용가구시장은 지난해 9천5백억원보다 2.1% 성장한 9천7백억원선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년엔 3.1% 늘어난 1조원에 머물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부엌가구는 여타가구에 비해 아직도 시장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엌용도 어려움
특히 최근들어 아파트 옵션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브랜드가 있는 부엌가구를 많이 찾는 등 고급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은 낙관적이지 못하다. 관련업계는 올해 부엌가구시장규모를 8천8백원선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이보다 2.3% 늘어난 9천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최근들어 가구업계 내부에서 부터 이번 불황을 구조조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 바로 그 것이다.
사실 가구업계의 장기침체는 수요감소라는 불가항력적 요인도 있지만 가구업계 스스로가 산업구조 악화에 일정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우선 당장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동업자간 과당경쟁(덤핑)이다. 제값을 받지 못하게 하는 과당경쟁은 채산성 악화의 주범이자 타업체에게 까지 악영향을 주는등 가구산업 발전의 최대 장애물이다. 최근 부도를 낸 가구업체들은 매출부진과 함께 최소한의 마진도 없는 덤핑경쟁에 나섰다가 화를 입은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디자인 도용이 일반화된 현실도 가구업계 위기의 한 요인이다.
가구는 목재산업중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산업이다. 상대적으로 디자인의 가치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이탈리아가 세계적인 가구강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도 역시 디자인 경쟁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디자인을 개발해 놓으면 이를 도용, 값싸게 출하함으로써 개발업체를 오히려 궁지로 몰아넣는 우리의 풍토와는 천양지차다.
국내 대부분의 가구업체들이 영세해 디자인을 개발할만한 능력이 못되고 일단 개발에 나서더라도 성공하지 못하면 경영에 상당한 부담을 떠안는 것이 현실인 만큼 이같은 주문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국내 가구업게의 사활은 디자인에 달려있는 만큼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업계의 인식제고가 요구되고 있다.
○디자인 사활걸려
대량생산 및 대량판매와 백화점식으로 모든 품목을 생산하는 체제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량생산, 대량판매는 나름대로의 잇점이 있긴 하지만 불황기에 제대로 몸집을 가누지 못하고, 덩치가 큰 만큼 시장상황에 적절히 대응도 못한다.
중소가구업계는 국내 가구산업이 삐걱거리게 된 가장 큰 이유로 대량생산 및 대량판매에 따른 제품의 저급화, 가격의 저하를 들고 있을 정도다.
백화점식으로 모든 종류의 가구류를 취급하는 것도 제품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가구전문가들은 앞으로 소량 다품종 및 전문화, 분업화체제만이 시장개방하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카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차제에 표준화가 가능한 부분품은 공동생산을 추진해 원가를 절감하고, 목재자원 보유국 및 인건비가 저렴한 주변국가와의 연계생산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가구업계의 활로모색을 위해서는 정책적 차원의 지원도 요구되고 있다.
이와관련, 첫 손가락에 꼽히는 것이 바로 특별소비세의 폐지다.
현재 국내 가구업계가 부담하는 15%의 특별소비세는 세수증대에는 기여하지 못하면서 세부담 회피를 위한 음성거래자(무자료거래자)만 양성시켜 결과적으로 성실 납세기업의 경쟁력 약화 및 전체 가구시장의 가격질서 문란만 초래하고 있다.
1조당 5백만원 또는 1개당 3백만원 이상인 가구에 대해 부담해야 하는 가구류 특별소비세는 그 이상의 가격이 되는 고급가구 개발을 억제하는 족쇄로 작용, 국내 고급가구시장을 고스란히 유럽산 가구에 헌납하는 양상을 초래하고 있다.
○고급품 개발억제
이에따라 국내 가구업게는 차제에 특별소비세를 폐지, 제도권기업의 제품개발 및 투자의욕 제고와 함께 외국산 고가품 수입억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 가구업계는 6㎜ 미만의 가구제작용 합판을 95%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합판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가구업계는 가구업계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가구제작용 합판수입에 적용되고 있는 8%의 관세를 무세화, 또는 최소한 3%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구업계가 당면한 또다른 현안은 인력난이다.
최근 가구산업이 3D업종의 범주로 편입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인력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가구산업은 공장장숙련공기능공으로 이어지는 단게별 연계시스템을 갖춰야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데, 최근들어 신규인력 참여가 거의없는 데다 기존의 기능공들마저 대거 타업종으로 이탈해 작업단계에 구멍이 생기고 있다.
가구업계는 가구관련 전문대학을 신설하는 등 가구기술 기능인력을 적극 양성하고, 장기근속 기능인력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장기근속 유도책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