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남성의 불임

송영규 논설위원


인류는 어떻게 종말을 맞을까. 핵전쟁을 지목하는 사람도 있고 혹자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빙하기나 행성 충돌설을 꺼내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의 동물학자 테오 콜본과 더마노스키의 시각은 독특하다. 환경운동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도둑맞은 미래(Our Stolen Future)'에서 살충제인 DDT나 다이옥신 같은 화학물질이 인류를 멸종으로 이끌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화학물질이 환경호르몬의 축적을 가져오고 이로 인해 정자수 감소와 불임 증가를 초래할 것이라는 의미. 섬뜩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인류 종말을 부를지도 모를 남성의 정자수 감소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2002년에는 50년간 정자 수가 1㎖당 1억6,000만마리에서 6,600만마리로 줄었다는 보고가 나오더니 2012년에는 프랑스에서만 16년간 7,360만개에서 4,990만개로 32%나 급감했다는 연구결과가 알려져 충격을 줬다. 이대로 간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정자수가 500만개 이하로 줄어 자연 번식능력을 상실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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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줄었다 해도 정자가 건강하다면 다행이겠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멀리 이탈리아까지 들먹이며 활동성 강한 정자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를 언급하지 않아도 우리나라 남성들의 정자 운동성이 정상 기준인 50%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100살까지 성관계가 가능하다는 어느 성과학자의 주장이나 인도 노인이 96세에 득남했다는 소식도 남성 불임에 대한 우울함을 달래지는 못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최근 5년간 남성 불임환자 증가율이 연평균 11.8%로 여성의 5배에 달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35~44세는 무려 16.2%에 이른다고 한다. 원인은 환경호르몬과 직장 생활에 따른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이러다가 아기 울음소리를 듣는 게 과거 라디오 프로그램 이름처럼 '우리 소리를 찾아서'의 주제가 되지 않을까 모르겠다. 갈수록 고개 숙어지는 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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