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천 '송도'(松島)는 식민잔재일까?

"일제 당시 미쓰시마에서 유래" 시민단체 명칭 철회 촉구

인천지역 도시환경 개선 시민단체 모임인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는 지난 28일 성명서에서 "송도 신도시의 행정구역상 명칭을 '송도'(松島)라고 정한 것은 식민역사의 잔재"라며 즉각적인 철회를 인천시에 촉구했다. 이들에 의하면 인천시가 최근 연수구 앞 갯벌에 조성하고 있는 신도시 행정구역 '송도동'(松島洞)은 일본 미야기현(宮城縣)에 있는 저명한 관광지이자, 도요토미 히데요시 관련 유적지까지 보존하고 있는 일본의 '마쓰시마'(松島)에서 유래했다. 성명서는 나아가 조선시대 고지도나 읍지를 찾아보아도 인천 지역의 지명에 '송도'란 지명은 없다고 하면서 "특히 현재 '송도'라고 불리는 지역은 섬도 아닌 뭍에다 붙인 억지 지명"으로서 "일본 제국주의 세력은 조선을 강점한 이후 저들의 명승지인 松島라는 지명을 여러 곳에 마구 갖다 붙였다"고 주장했다. 그런 사례로는 이 단체는 1913년 부산지역 일본 거류민들이 '송도유원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그 지역에 개발한 '송도해수욕장'과 1920년대 포항에 들어선 같은 '송도해수욕장' 등을 들었다. 같은 맥락에서 인천의 '송도유원지' 또한 "1937년 경기도의 미곡을 수탈하기 위해 개통된 수인선 개통 이후 새로 개장한 유원지"로서 "역시 일본 자본인 '송도유원주식회사'에 의해 개발되었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인천의 '송도'라는 지명은 (조선)총독부의 행정기관인 인천부까지 나서서 심어놓은 더 노골적인 '언어의 쇠말뚝'"이므로 "이 오욕의 지명을 새로 조성하는국제도시의 법정 동 명칭으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처럼 송도(松島)라는 지명은 과연 식민지시대에 일본에서강제로 이식(移植)됐으며, 특히 인천의 송도 또한 그런 오욕의 역사일까? 조선 중종 25년(1530)에 완성된 조선 8도 지리지인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권 제10 '경기'(京畿) 중 '통진현'(通津縣) 조에 나오는 기술이다. "송도(松島) : (통진) 현 남쪽 25리 지점에 있다. 둘레가 3리다"(松島 : 縣南二十五里, 周三里). 이 때 통진현은 중심지가 지금의 경기 김포시 통진면이다. 지금의 송도(松島)라고 일컫는 곳을 지도상으로 보면 거의 정확히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동국여지승람이 말하는 송도가 설혹 지금의 송도가 아니라 해도, 현재의 인천지역 근방에 송도(松島)라는 지명이 16세기 조선에 있었음은 이로써 명백해 졌다. 그렇다면 송도라는 지명은 조선시대에도 그렇게 희귀했을까? 조선전기 때 저명한 문인 추강(秋江) 남효온(南孝溫. 1454-1492). 그의 글을 모아 놓은 문집이 추강선생문집(秋江先生文集)이다. 이 중 권 제5에는 '유금강산기'(遊金剛山記), 즉, '금강산을 유람하고 쓴 글'이 수록돼 있다. 이 금강산은 지금의강원도 금강산이다. 이 일대 정경을 묘사하면서 남효온은 "거기에는 돌섬(石島) 하나가 있는데 큰소나무 몇 그루가 있어 (섬) 이름을 송도(松島)라고 한다"(中有一石島, 有長松數株.故名曰松島)는 구절이 발견된다. 이 외에도 식민지시대 훨씬 이전 조선에 송도(松島)라고 일컬은 지명은 전국에서 드물지 않게 보인다. 부끄러운 역사를 청산하려는 열정은 좋으나, 그 열정이 지나쳐 적어도 수 백년이상을 써 온 '우리의' 지명이 애꿎은 수난을 당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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