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동안 시민의 발이 돼준 지하철. 출퇴근길의 샐러리맨들은 초겨울을 맞아 지상으로 나가기 앞서 차가운 바람을 의식하고 벌써부터 옷깃을 잔뜩 여민다. 이 때 조금만 여유를 갖고 주위를 둘러보자.
의외로 이곳에도 마음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공간들이 널려 있다. 경복궁(3호선)과 혜화(4호선), 광화문(5호선)역 등을 지나다 보면 만나는 미술관.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아도 보기 힘든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게다가 조금만 더 ‘발품’을 팔 의향이 있으면 집이건 회사건 늘 우리 주위에선 따뜻한 차와 함께 ‘미각(美覺)’과 ‘미각(味覺)’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갤러리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미술작품을 감상하면서 따뜻한 차 한잔의 여유를 찾는 것은 추운 겨울을 좀 더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지름길이다.
보통 사람들은 미술작품을 즐기는 것이 무척이나 고상한 취미거나 특정한 전문가 집단만의 전유물인양 생각하고 고개를 돌리기 일쑤다. 하지만 벽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그림이 내가 알고 있는 작품이건 아니건, 또 마음에 들건 안 들건 간에 고요한 눈길로 그냥 한번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어느 순간 내 가슴에 알 듯 모를 듯한 따뜻한 기운과 함께 나만의 뿌듯한 비밀이 생겨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