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禹錫(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일본경제신문(닛케이)에 조그만 사고(社告)가 났다. 내용인즉 12월 1일부터 조간 가판값을 1부 130엔(약1,300원)에서 140엔(1,400원)으로 올린다는 것이다. 한달 정기구독료 4만3,000원은 올리지 않았다. 사고에서 지난 4년 10개월간 값을 올리지 않았으나 판매망 확충 등 유통경비 증대로 값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 질높은 정보제공으로 독자들에게 봉사하겠으니 배전의 애호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국에서 신문값을 올릴 때와 비슷한 내용이다.
바로 서울경제신문을 찾아보았더니 한달 구독료가 9,000원, 가판 1부 값이 400원이다. 닛케이가 서울경제보다 다소 면수가 많다고 하나 값차이가 너무 많다.
한달 구독료는 4.8대 1이고 1부값은 3.5대 1이다. 일본의 물가가 비싼걸 감안한다 해도 한국의 신문값이 매우 싼 것을 알 수 있다. 요즘은 많이 없어졌지만 한국에선 신문을 새로 보면 덤을 많이 얹어 준다. 확장지라 하여 몇달동안 거저 보게 하거나 선물을 주기도 한다. 한달동안 꼬박꼬박 배달까지 해주고 9,000원이니 호텔커피 한잔 값이다. 하루 350원꼴이니 심부름 값도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신문정보량은 매우 많다. 흔히 신문이 볼게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잘만 보면 정보의 보고(寶庫)다. 또 신문의 절반을 차지하는 광고에도 정보가 많이 들어있다. 그런 정보뭉치를 배달까지 해주고 하루 350원 받으니 아무래도 수지 안맞는 장사같다. 그래도 신문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신문값을 올리면 금방 신문 끊는 사람이 많다 한다. 또 회사경비나 가계비를 줄일 때 가장 먼저 손대는 것이 신문값이다. 어느새 신문은 싸게 보는 것이고 우선순위(優先順位)가 낮은 지출로 인식되어 버린 것 같다. 왜 그렇게 됐을까. 너무 경쟁이 심한 탓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달 9,000원이라도 서로 넣겠다고 아우성이니 값을 올릴 수가 없는 것이다. 요즘 한국신문들은 적자를 보든 말든 죽기살기 경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신문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도 드물 것이다. 전국지(全國紙)가 10개, 경제지(經濟紙)가 4개나 되니 피투성이 싸움이 안될 수 없다.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인구가 3배나 많고 독서인구는 그 몇배나 되지만 전국지는 4개, 종합경제지는 닛케이 하나다. 나머지는 대개 전문지나 지방신문이다.
전국지도 신문마다 독자구성이 조금씩 다르다. 한국은 비슷비슷한 독자구성을 놓고 제로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틈에 한국의 독자들은 적어도 가격면에서는 경쟁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만큼 질적인 서비스를 받고 있느냐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