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은 11, 12일 이틀에 걸쳐 APEC 최고경영자회의 연설과 APEC 민간기업자문위(ABAC)와의 대화를 통해 한국의 경제개혁 및 개방정책을 설명하고 아울러 APEC 발전방안까지 제시했다. 또 장쩌민 중국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과 클린턴 미국 대통령 및 오부치 일본총리와의 한·미·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 미사일 문제와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를 위한 공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성과를 거뒀다.우선 경제분야에서는 아시아 국가들의 지속적인 경제회복과 이를 위한 구조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눈에 띈다. 한·미·일 정상은 『아시아 경제의 지속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역내 지도자들이 정치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거시경제 및 구조개혁을 계속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칠레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공식협상을 시작키로 합의하고, 이어 한·싱가폴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싱가폴 및 칠레간 삼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으로 발전시킨 것도 성과중 하나다. 자유무역협정은 상품 및 서비스 교역에 있어 관세 및 기타 장벽들을 제거하는 것이 골자인데 이를 통해 해당국간 교역확대는 물론 시장개방의지를 전세계에 알리는 효과도 얻게 된다.
金대통령은 더 나아가 APEC 최고경영자회의 연설에서 「새로운 아시아·태평양 시대」를 위한 세가지 제안을 내놨다.
金대통령이 이번에 제시한 세가지 제안은 ▲새로운 세계경제규범 형성에 주도적 역할 수행 ▲지식기반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역내 회원국간 제휴 강화 ▲역내 국가간 경제·사회적 불균형 완화를 위한 노력 강화로 요약된다.
이같은 제안은 한국이 세계화·개방화에 적극 나서고 있음을 대내외에 천명하고 아울러 국제경제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임을 다짐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金대통령의 복안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金대통령은 새로운 세계경제규범 형성을 위해 APEC이 앞장서 세계금융체제의 개혁, 비관세장벽의 철폐, 산업기준과 인증제도에 대한 상호인증의 확대, 전자상거래 증진, 합리적인 노동과 환경기준 구축 등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APEC이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의 출범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여타 지역협력체와의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金대통령의 주장이다.
민간기업자문위원들과의 대화에서도 金대통령은 역내 기업들의 영업기회 확대와 시장기능의 강화, 외국인투자 및 교역자유화의 촉진 등을 적극 지지했다. 이와함께 금융인프라의 개선,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金대통령은 또 경제인들과의 만남에서 재벌·금융·노사·공공부문 등 4대 개혁을 중심으로한 한국경제의 구조개혁 노력을 상세히 설명하고, 아울러 부패척결과 정치개혁 의지도 소상히 밝혔다.
「세일즈외교」도 열심히 했다. 金대통령이 APEC 최고경영자회의 연설에서 『사실상 저와 저의 정부관료들이 여림히 추진하고 있는 개혁의 전적인 목표는 바로 여러분의 사업이 더욱 잘되도록 돕는 것』이라고 한 대목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외교안보분야에서도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金대통령은 장쩌민 중국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양국간 협력강화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특히 金대통령 취임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현안인 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한 확실한 공조방안을 마련함으로써 북한이 섣불리 행동하지 못하도록 함과 동시에 북한과 미·일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냉전체제를 종식시키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북한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핵이나 미사일 등을 통해 상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득을 얻는 일이 반복되는 것에 대한 3국의 명확한 대응방안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동티모르 사태 해결에 대해 金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외교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 나름의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오클랜드=
김준수기자J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