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6일 내놓은 ‘머니마켓펀드(MMF) 자산운용 규제 합리화’ 방안은 MMF 운용의 숨통을 틔워주면서 MMF 자금이 국채로 흘러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MMF 운용규제를 풀어 단기자금 시장의 왜곡을 바로잡는 동시에 경기 활성화를 위해 쏟아져나올 국채의 소화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 계산이다. ◇MMF, 국채 투자 물꼬 틔워=MMF는 안정적 자산운용이 우선이기 때문에 규제가 많다. 주식ㆍ파생상품 등은 투자가 금지되고 채권도 최상위 2개 등급만 투자가 가능하다. 최상위 등급 채권도 한 회사의 비중이 전체의 5%를 넘지 못한다. 전체 자산의 듀레이션(평균잔존만기)도 90일 이내로 엄격히 제한해 잔존만기가 6개월 이내인 양도성예금증서(CD), 1년 이내인 채권이나 기업어음(CP) 등에만 투자하고 있다. 그나마 제약된 여건 속에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CD와 CP 등에 집어넣는 방법. 예금과 CD에 56조원, CP와 회사채에 28조원 등을 투자했지만 국고채 투자는 1조5,000억원(1.2%)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준금리 하락으로 국고채 수익률이 1~2%대로 낮아진 탓이다. 한 연기금 채권매니저는 “국고채 단기물은 금리가 낮아 팔려고 해도 잘 팔리지 않는다”며 “MMF도 수익률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국고채 단기물을 편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MMF 투자 가능 국채를 1년 이상 5년 미만으로 확대함에 따라 MMF의 국채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에서 국고채 5년물은 4%대 중반, 3년물은 3%대 후반에서 거래된다. ◇장기물 투자로 MMF 수익률 상승=금융위가 5년 미만 국채에 대한 투자를 허용하면서 듀레이션 90일을 묶어뒀지만 MMF 수익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금융회사들은 MMF의 평균 듀레이션을 50~60일로 하고 있지만 일부 회사는 60~70일로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연기금 채권 펀드매니저는 “지금처럼 장기금리와 단기금리 차이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는 MMF가 장기물을 편입하면 수익률이 높아진다”며 “특히 장기물의 가격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금리가 추가로 내려가면 평가이익이 높아져 MMF의 수익률이 더 많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운용본부장은 “듀레이션을 90일로 묶어놓았기 때문에 장기물 편입을 늘리는 만큼 현금보유 비중을 확대해야 된다”며 “수익률은 만기가 긴 채권을 편입할 수 있다고 올라가지 않고 운용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해석했다. ◇단기 부동화 해결에는 역부족=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MMF에 잠겨 있던 자금이 시장으로 되돌아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부실 기업 솎아내기를 서두르고 다양한 투자상품을 허용하며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부동자금이 투자할 곳을 만드는 환경조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완중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MMF의 투자대상을 확대한다고 시중자금 단기 부동화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회사채 전용펀드 등 간접투자상품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