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14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최한 '윈도 XP 태블릿 PC 버전 발표회' 참석차 2번째로 중국 베이징을 찾았다. 지난 2000년 겨울에 이어 2년만의 베이징 출장 길이었지만 감회가 사뭇 달랐다. 베이징의 모습이 짧은 기간에 너무나도 많이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엔 당 간부나 군 수뇌부 정도나 돼야 타고 다니던 독일 아우디를 비롯해 폴크스바겐ㆍ시트로엥ㆍ상하이GM 등 유럽과 미국계 합작사에서 만들어낸 자동차들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베이징의 명동이란 왕푸징 거리를 찾았을 땐 삼성ㆍLG전자ㆍ맥도널드ㆍ피자헛ㆍ구치ㆍ에릭슨ㆍ인텔ㆍ소니ㆍ혼다 등 전세계 다국적 기업들의 네온사인 광고판들로 밤 거리는 대낮처럼 환했다. '광고는 한나라 소비 수준의 가늠쇠'란 말을 빌리자면 적어도 베이징 사람들의 소비 수준은 현재의 우리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았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중국 공포증(China phobia)'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실제 이웃나라 일본은 30년 내에 중국이 일본을 따라 잡을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정부개발원조(ODA)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으며 러시아는 자국 시장을 잠식하는 중국인들을 겨냥, 21세기 황하론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조만간 한국을 추월하게 되고 이에 따라 우리 경제는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다소 과장된 듯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이 같은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해외건설 강국이었던 한국은 후발국인 중국에 이미 덜미를 잡혔으며 전통의 소프트웨어 강국 인도 역시 중국의 추격권 내에 들어 갔다. 상황이 이처럼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음에도 모 정치인은 최근 중국을 방문,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물론 그 같은 방향 설정이 잘못 됐다기보다 중국을 아직도 '옛날의 중국'으로 보는 시각이 남아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제 경제로서 새로운 만리장성을 쌓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도 이를 넘기 위해 정말 심도 있는 전략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김창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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