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한국거래소에 예비상장심사청구서를 제출하고 증시 입성을 준비하던 CJ헬로비전은 11월 돌연 상장계획을 철회했다. 지상파 방송 3사와 재송신 분쟁으로 시끄러웠던데다 8월 이후 증시 분위기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CJ헬로비전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두 차례나 연기했던 상장계획을 또다시 접어야 했다.
이런 CJ헬로비전이 하반기에 다시 증시 입성을 추진한다. CJ헬로비전은 오는 6월 예비상장심사청구서 제출한 뒤 연내 상장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목표 아래 현재 주관사와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방송 3사와 재송신 분쟁도 일단락되고 증시 분위기도 나아지자 CJ헬로비전이 지금이 상장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 들어 한동안 주춤했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다시 분주해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다소 진정되면서 증시가 안정되자 그동안 증시 상장을 미뤄왔던 기업들이 IPO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공모주 청약 때마다 수조원의 뭉칫돈이 몰리면서 청약 경쟁률이 1,000대1을 넘어서는 상황까지 연출되자 기업들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일 서울경제신문이 교보증권과 대신증권ㆍ대우증권ㆍ동양증권ㆍ삼성증권ㆍ신한금융투자ㆍ우리투자증권ㆍ하이투자증권ㆍ한화증권ㆍ한국투자증권ㆍ현대증권 등 11개 IB본부를 대상으로 IPO 준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27개사가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이미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승인을 받거나 예비상장심사청구서를 제출한 23개사를 포함하면 올 하반기 IPO에 나서는 기업은 50개사에 달한다.
이는 올 상반기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올 들어 현재까지 증시 상장을 위해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곳 단 9개사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공모주 청약기업이 17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서는 IPO가 주춤한 양상이다.
하지만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증시 문을 두드리면서 IPO 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올해 최고의 관심을 끌고 있는 산은지주를 비롯해 현대오일뱅크와 CJ헬로비전ㆍ미래에셋생명ㆍ포스코특수강ㆍAJ렌터카 등 증시 지각변동을 가져 올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이 속속 IPO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커피 프렌차이즈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카페베네와 웨딩 컨설팅 업체인 아이웨딩네트웍스, 의치약학 전문 입시학원 PMD아카데이, 의류업체 제로투세븐 등 다양한 기업들이 증시입성을 타진하고 있다. 여기에 호주 여성 패션의류업체인 FFB를 비롯해 미국 한상기업인 엑세스 바이오, 일본기업 KNTV주식회사 등 중국 외 국가 기업들도 올 하반기나 내년 IPO를 목표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증시에 입성하려는 장외기업들의 움직임이 다시 분주해지고 있는 것은 유럽 위기가 누그러지면서 증시가 차츰 안정을 찾고 있는데다 공모주시장에 뭉칫돈이 몰리자 지금이 IPO 적기로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올해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9개사에 수백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흥행몰이에 성공하자 지금까지 망설이던 장외기업들이 국내 상장 준비 작업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실시된 9개사 공모주 청약에 모두 11조5,893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 가운데 동아팜텍(2조9,557억원)과 남화토건(1조1,426억원), 사람인에이치알(1조2,852억원), 코오롱패션머티리얼(3조91억원), 비아트론(1조5,262억원) 등에는 1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또 다른 증권사 IB 고위 관계자는 "최근에는 내수 관련 기업이나 대기업 계열사, 금융회사 등 다양한 기업들이 실적과 성장성을 바탕으로 증시 문을 노크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IPO시장이 활기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