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쓰비시·파워칩·인텔+'엘피다 메모리' 제휴반도체 시장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며 수년 동안 세계 D램 업계를 지배해온 '4강'체제가 무너지고 '2강3중'으로 재편될 것이란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보유 현금과 기술력, 업체간 합종연횡에 따라 새로운 판이 짜여지는 것이다.
특히 전통적 강자였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의 퇴조 속에서 삼성전자의 독주 체제가 공고해지며 이에 대항한 경쟁 업체들의 견제 구도가 새로운 관심거리로 떠오르는 형국이다.
▶ '4자연합군'새로운 강자로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엘피다(NEC+히타치)와 미쓰비시, 타이완 파워칩, 미국 인텔 등이 제휴를 이루는 D램부분의 '4자 연합군'이 이르면 3일 공식화할 전망이다.
새 제휴군은 NECㆍ히타치의 D램 합작사(엘피다 메모리)에 미쓰비시를 참여시키고 대만 파워칩의 12인치 팹(300mm공정) 라인을 활용, 고성능 D램 제품을 위탁 생산토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새로운 '엘피다 메모리'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4위(11.7%, 2001년 기준)로 높아지며, 여기에 미국 인텔까지 지분을 참여하면 '자본(미국)+기술력(일본)+원가 경쟁력(타이완)' 등을 두루 갖춘 막강 파워를 갖는다.
▶ 급변하는 D램 시장 역학구도
업계에선 4자 연합군의 태동을 D램 시장내 역학구도가 변하는 단초로 파악하고 있다. D램 업계는 지난해 중반까지 4강(삼성전자-마이크론- 하이닉스-인피니온)이 균등 분할하는 구조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지난해말 불황으로 마이크론과 하이닉스 등은 누적적자에 시달리며 선두(삼성전자)와의 격차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에는 1강(삼성전자ㆍ27%) 체제가 굳어진 가운데 마이크론(19.1%), 하이닉스(14.5%), 인피니온(9.7%) 등이 뒤를 ?는 '1강3중' 체제를 이어왔다.
하지만 마이크론이 7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이면서 2003 회계연도 투자액도 대폭 하향 조정하는 등 '잠재적 2강'에서 사실상 탈락했고, 인피니온도 삼성과 경쟁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반면 엘피다 연합군은 지난해말 11.7%에서 올 2분기에는 8% 안팎까지 내려 앉은 것으로 추계되지만, 인텔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엎고 단시일내 시장 점유율을 확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민후식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4자간 연합군이 등장할 경우 점유율이 1~2년내 20~30%선까지 수직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2003년~2004년까지 점유율이 40% 안팎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와 현실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상대는 엘피다가 유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 시작된 '삼성 견제'
하반기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 중의 하나가 삼성전자에 대한 경쟁업체들의 강한 견제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삼성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는 10년째 1위를 지켜오며 경쟁업체들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린 상황이다.
이젠 비메모리 분야까지 영역을 넓히며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까지 위협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시장 질서의 재편 속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견제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4자 연합군도 단순히 D램 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아닌, 이 같은 견제구도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인텔의 연합군 편승을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인피니온 등에 의한 D램 시장의 과점체제, 특히 삼성전자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장기 전략에 바탕을 두고 추진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