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도전이었다.
58년 만에 미국 PGA투어 대회에 출전한 `여자선수` 아니카 소렌스탐(33ㆍ스웨덴)이 결국 컷 통과에 실패했지만 지구촌 골프 팬들은 아낌없는 성원과 박수를 보냈다.
소렌스탐은 수많은 갤러리와 취재진, 그리고 전세계 시청자의 엄청난 관심 속에서도 큰 실수 없이 경기를 치러내며 그녀가 왜 `골프여제`인지를 충분히 입증해 보였다.
그녀는 또 여자선수 전체를 대표한다는 중압감과 일부의 비아냥거림을 극복하고 여성스러움과 당당함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24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CC(파70ㆍ7,080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뱅크오브아메리카 콜로니얼대회(총상금 500만달러) 2라운드. 4오버파 74타를 친 소렌스탐은 2라운드 합계 5오버파 145타를 기록, 3라운드 진출 기준 타수인 1오버파 141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생애 단 한번뿐"이라고 밝힌 PGA투어 도전 이틀간의 경기 내용은 버디 2개, 보기 7개였으며 성적은 출전선수 111명 가운데 공동96위.
지난해 LPGA투어에서 무려 11승(통산 43승)을 거뒀고 59타의 대기록을 달성한 소렌스탐이지만 샷 거리 열세와 빠르고 단단한 그린, 그리고 특히 극도의 정신적 피로는 넘기엔 너무 큰 산인 듯 보였다.
1ㆍ2라운드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는 268야드로 100위를 기록했고 홀당 퍼트 수는 2.125개로 최하위(111위)에 그쳤다. 2번홀(파4) 버디 이후 보기를 5개나 쏟아내면서 3라운드 진출이 좌절된 소렌스탐은 마지막 18번홀을 파로 마무리한 뒤 코스를 벗어나면서 연신 아쉬움의 눈물을 닦아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세계 언론은 "그녀가 역사를 만들었다. 이제는 그녀가 역사다"라며 격찬했다.
세르히오 가르시아(143타)와 세계16위 봅 에스테스(147타), 지난해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자 크레이그 퍼크스(150타) 등이 동반 탈락한 사실에서 보듯 단 한번의 좌절을 `실패`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여기저기서 일었다.
경기 후 "진심으로 컷을 통과하고 싶었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않은 그는 "정말 멋진 경험이었으며 여자 골프가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내가 있어야 할 곳인 LPGA투어로 돌아간다"며 의연함을 드러냈다.
소렌스탐은 오는 31일 개막하는 켈로그-키블러클래식으로 LPGA투어에 복귀할 계획이다.
한편 `남자대회`로 되돌아가 25일 진행된 콜로니얼 3라운드에서는 케니 페리(43ㆍ미국)가 코스레코드 타이인 9언더파 71타를 몰아치며 중간합계 17언더파 193타를 마크, 2위 로리 사바티니(남아프리카공화국ㆍ201타)를 8타차로 크게 앞서 시즌 첫 승에 바짝 다가섰다.
<박민영 기자 my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