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월드컵 열풍에 의해 `붉은색`이 인기를 끌었다면 올해는 `클린`이미지가 유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 은행은 한없이 맑은 하늘과 푸른 바다를 대비시키며 `클린 뱅크`임을 강조하고 있다. 정유회사 또한 주유소 간판, 모델의 옷까지 온통 푸른색만 따라가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여기에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자는 `클린 마케팅`과 투명한 경영을 펼치겠다는 `클린 경영`을 선언하는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도 예외없이 `클린`열풍이 불고 있다. 해킹, 스팸메일, 폭력, 음란물 사이트로 멍들어가는 네트워크를 깨끗이 하자는 움직임이 바로 그것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학부모와 일반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사이버패트롤을 결성, 인터넷에서 발견된 음란물과 스팸메일을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들은 어린이 전용 e메일 서비스를 실시, `섹스`나 `누드`,`광고`등 성인물 광고 메일에 자주 들어가는 30여개 단어를 포함한 메일은 수신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정보보안업계에서는 `클린 네트워크`가 아예 신제품 개발 및 마케팅의 화두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해킹이나 바이러스 등의 유해 트래픽으로부터 네트워크를 안전하고 깨끗하게 보호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 및 출시에 열심이다.
각계로 확산되고 있는 `클린 네트워크`운동은 참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이 운동이 유행처럼 반짝하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해킹이나 바이러스 등의 보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 듯 흥분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언제 사고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잊고 지낸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깨끗한 네트워크는 우리 모두의 노력에 의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 밥을 먹고 숨을 쉬는 것처럼 말이다. 2,500만명이 넘는 인터넷 이용 인구를 들며 IT 강국임을 내세우는 것은 의미 없는 외침에 불과하다. 보다 안전하게 인터넷 쇼핑몰이나 금융 사이트를 이용하고 원치 않는 음란물 정보는 차단된 깨끗한 네트워크 환경 구축이 이뤄졌을 때 진정한 IT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