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우중씨 입원…검찰수사 차질 불가피

김씨 본인 결단이 `대우비리' 규명 열쇠될 듯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5년8개월간 계속된해외도피 생활을 끝내고 귀국해 검찰조사를 받은 지 한달여만에 병원에 입원하게 돼검찰수사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은 그동안 김씨의 체포영장에 적시된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외환유출 등 주요 혐의 조사를 마치고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김씨의 출국배경과 재산은닉 의혹, BFC 거래내역과 비자금 의혹 등을 파헤치기 위한 기초조사에 주력했다. 대우 임직원과 BFC 담당 임직원, 위장계열사 관계자 등을 하루에 7∼8명씩 줄소환해 일정 부분 객관적 물증을 확보한 검찰은 이제 김씨로 하여금 본격적으로 `입'을 열도록 해야 할 시점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김씨가 갑자기 건강악화를 호소해 검찰은 수사 스케줄과 방법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심장질환과 장폐색, 어지럼증 등 각종 질환을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한 환자를상대로 강도 높은 추궁을 통해 본인의 과거 `치부'를 들춰낸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병실 환자를 조사하는 게 검찰의 `피의자 인권보호 원칙'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실효성이 낮으면서 공연히 김씨의 건강 회복만 더뎌질 수 있다는 점도 검찰이수사 일정을 바꿔야 하는 이유다. 다만 검찰은 김씨가 입원 며칠 만에 건강이 회복돼 다시 조사를 받을 수 있게된다면 당초 예상한 대로 소기의 수사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만 68세)에 각종 질환을 앓았던 김씨가 수사 스트레스까지 겹쳐 있는 데다 입원진료 뿐 아니라 수술을 받을 수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현실적으로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는 `김우중씨 없는 김우중씨 수사'가 될 수밖에 없을것으로 전망된다. 그럴 경우 재산은닉 의혹과 BFC 거래내역 등은 최종적으로 김씨를 상대로 확인을 거쳐야 사실관계의 윤곽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기간 규명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한가지 변수는 검찰이 이번 주까지 대우측에 시한을 준 `김우중씨 출국배경' 관련 자료. 대우측이 자료를 검찰에 제출할 경우 검찰은 이를 작성한 대우그룹 전직 임원들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수순을 밟아 국민의 정부 실세들이 김 회장의 출국을 종용했다는 세간의 의혹을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료에 김씨가 주장하는 `채권단과 임원진' 외의 `출국 권유자' 명단이 포함될 경우 검찰은 당사자의 해명이나 진술을 통해 김씨의 석연찮은 출국배경을 규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가 없는 상황에서 과연 대우그룹 전직 임직원이 `예전 주군(主君)'의 `윤허' 없이 김씨의 출국배경을 설명할지는 미지수고 `채권단과 임직원' 외의 인물의 이름이 나온다 해도 그가 김씨와 대질 없이도 사실을 밝힐지도 의문이다. 그 때문에 검찰은 출국배경 수사가 막히면 이후 각종 비자금 의혹이나 재산은닉의혹 수사도 난항을 겪겠지만 출국배경이 풀리기 시작하면 다른 의혹도 효율적으로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김씨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열쇠를 손 안에 쥔 채 모르쇠로 일관하는 한 검찰 수사나 김씨의 입원 모두 기약없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검찰 주변에서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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