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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터넷 전업 은행 설립, 계좌 이동제 도입,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 시행, 핀테크(Fintech) 등 금융 시장 변화에 대한 뉴스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내 핀테크 열풍은 지난해 3월 대통령이 규제개혁회의에서 "중국인이 공인인증서 때문에 '천송이 코트'를 못산다"고 지적한 것을 계기로 온라인 간편결제서비스 분야에 관심이 모아지며 시작됐다. 이는 글로벌 핀테크 기업의 성공담과 함께 금융당국이 핀테크 육성계획의 일환으로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그럼 이런 규제 완화와 정보기술(IT)의 접목은 기존 금융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당국의 규제 완화로 산업의 보호막이 제거되고 IT기술의 접목으로 기존 금융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기업활동에서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과정)이 파괴돼 금융 시장의 판도가 바뀌게 될 것이다. 기존 금융권이 이런 금융 시장의 변화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가치사슬에 대한 혁신이 꼭 필요하다.
최신 기술과 접목 보수적 은행 이미지 개선
캐나다 초대형 은행 토론토도미니언은행(TD)과 뉴욕 핀테크 기업 모벤 간의 협약은 은행이 신속한 트렌드 변화를 수용해 고객 중심적 서비스로 재빠르게 대응한 대표적인 사례다.
본래 TD뱅크는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으나 모벤의 실시간 자산관리 기능을 탑재해 최신 트렌드 기술을 이용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새로운 서비스는 고객들의 지출에 대한 패턴 분석과 피드백을 제공해 고객들이 보다 효과적인 자산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금융권의 고객 유입과 이탈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TD뱅크는 향상된 서비스로 보수적인 은행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또 실시간 개인 자산 관리를 통해 고객을 더 잘 이해함으로써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금융 조언에 강한 은행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참여한 만큼 이율 결정되는 '커뮤니티 은행'
2009년 설립된 독일 인터넷은행 피도어은행(Fidor Bank)은 고객 참여유도를 통해 성공한 케이스다. 행원이 40여명이지만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디지털 뱅킹 및 고객 커뮤니티 운영을 통해 현재 7만명의 고객과 25만명의 커뮤니티 회원을 갖고 있다. 피도어은행은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들의 적극적인 커뮤니티 참여를 유도한다. 전자지갑 형태의 피도르페이(FidorPay)는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수에 따라 당좌계좌 이자율이 결정된다(0.5% 기본율 + 0.1% per 2,000 Likes). 추천친구의 커뮤니티 등록이나 금융 관련 질문 또는 답변 등록시 소정의 현금 지급, 혁신적인 서비스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1,000유로를 지급하는 등의 보상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피도어은행의 고객 참여는 단순히 커뮤니티 활성화뿐만 아니라 고객 간 서로 알고 있는 정보와 지식을 교환하고 각자의 금융거래를 수행하고 고객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는 고객기반의 은행 업무 혁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컨슈머에서 프로슈머까지… 커지는 고객 역할
지난해 90억달러(한화 약 9조9,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미국 최대 P2P 대출업체인 렌딩클럽(LC)은 고객의 참여 기회를 소비에서 투자로까지 확대시켰다. LC는 공인 산업은행인 웹은행(WebBank)과 제휴를 맺어 대출거래 중계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낸다. LC의 고객은 대출을 받는 소비자와 여유자금에 대한 대출발행의 투자자로 나뉘게 된다. 그리고 대출자의 경우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와 관대한 신용도 관리로 이익을 얻을 수 있고 투자자는 소액 분산투자와 빠른 상환주기, 은행이자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로써 LC는 고객의 수익을 증대시키고 양방향 시장참여를 제시해 기존 은행권의 고객 흡수와 동시에 신규 고객군 유치에도 성공했다. 이는 금융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할 사업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같은 성공사례에서 보듯 전통적 금융서비스업체, 신생 인터넷 전문은행, 핀테크 사업자 모두 혁신의 기회를 고객으로부터 시작했다. 전통적 금융서비스에 신규 기술을 접목해 고객 정보를 확보·이해함으로써 고객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접근 방법을 만들었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은행 고유의 업무를 고객의 참여를 통해 혁신해내 운영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온라인 대출 업체가 은행보다 비교 우위에 설 수 있었던 것은 고객정보를 기반으로 시장 움직임을 보다 빠르게 분석하고 리스크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 가치사슬은 기업이 창출한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큰 흐름이다. 새로운 가치사슬을 만들고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기존 금융권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다. 단편적인 규제 현황이나 기술적 요소의 일시적인 대응이 아닌, 대상 고객이 누구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금융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그들이 무엇을 경험하게 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통찰을 기반으로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것만이 시장 변화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