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대기업 집단 체제는 기업들이 과거부터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에 적극 호응해온 결과 때문에 생긴 것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추진 중인 순환출자 금지 등 급격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방안은 자칫 투자위축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김도훈 한국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원은 14일 법무부 주최로 서초구 염곡동 한국국제협력단 연수센터에서 열린 ‘법률 문화교류 국제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베트남ㆍ캄보디아ㆍ라오스ㆍ인도네시아ㆍ카자흐스탄ㆍ스리랑카ㆍ몽골 등 아시아 7개국 검사 등 20여명이 참석해 경청했다.
김 연구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기조발제를 통해 “지금의 대기업 체제는 과거 정부부터 조장해온 측면이 강했지만 성공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등 체질화됐다”며 “지난 60~70년대 무역(상사)ㆍ섬유, 70~80년대 중화학공업 등 대규모 투자도 재벌 기업들이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앞으로는 기술집약 산업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를 담당할 주체 역시 대기업 집단”이라며 “순환출자 금지 방안 등은 이들 투자를 크게 위축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무원칙한 문어발 확장은 규제돼야 하지만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적인 관련 투자까지도 순환출자로 막는다면 기업 경쟁력을 위해서도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특히 “지금 투자를 할 여력이 있는 곳은 대기업 집단뿐이고 이를 순환출자로 막겠다는 공정위 발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