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상승을 견인해온 외국인 매수세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대형주 중심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도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세(외국인 유동성에 힘입은 대형주 중심 상승)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수급이나 지수에서 단기 변동성이 커진 만큼 그동안 소외됐던 중소형주와 달러 약세를 겨냥한 내수주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8일 코스피는 0.68% 오른 2,048.14포인트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1,018억원 순매수하며 42거래일 연속 매수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원화강세 속에 외국인 단기자금이 빠져나가며 지난 25일과 이날 순매수한 규모가 1,000억원대에 그치는 등 매수강도 둔화 우려는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외국인 유동성에 힘입은 상승장이 이어진다'는 큰 그림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외국인이 지난 7월11일부터 매수로 방향을 꺾은 뒤 주식을 사들여온 만큼 매수 규모는 둔화될 수밖에 없지만 신흥국 증시에서 한국이 갖는 상대적 매력이 여전해 외국인 자금은 계속 들어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박정준 미래에셋증권 WM센터원 수석 웰스 매니저는 "외국인이 최장기 연속 순매수를 이어오면서 견인력이 약화될 수도 있지만 양적완화 축소 시점 지연과 신흥국 유동성 환경 개선 기대감 속에 한국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차별적 순매수는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큰 그림이 그대로이더라도 세부 밑그림은 손을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상승을 주도한 대형 경기민감업종들에 대해서는 차익실현이 있을 것"이라며 "중소형주 및 코스닥을 중심으로 수익률 격차를 줄이기 위한 매수세가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수급 측면에서도 이달 들어 매도로 일관하던 기관이 지난 24일부터 코스닥시장에서 순매수로 전환했다. 코스피의 가격 부담 해소 및 외국인 숨고르기 과정에서 중소형주가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중소형주 중에서는 4ㆍ4분기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는 개별 종목에 눈을 돌려볼 만하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대형주의 단기 속도조절 가능성이 높아진 시점이지만 중소형주로의 대세 전환은 시기상조"라며 "중소형주 베팅보다는 실적 차별화가 진행 중인 종목에 선별 투자하는 게 적합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추정치가 존재하는 시총 100위 밖 코스피 및 코스닥 종목의 4ㆍ4분기 영업익을 분석한 결과 위메이드ㆍ인터파크ㆍ풍산ㆍ코라오홀딩스ㆍ베이직하우스ㆍ휠라코리아 등의 4ㆍ4분기 영업이익이 3ㆍ4분기 및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위메이드와 코라오홀딩스는 각각 신작 게임과 신사업 효과, 인터파크와 풍산은 각각 여행부문과 방산 부문 호조에 힘입어 4ㆍ4분기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베이직하우스와 휠라코리아는 중국시장 개선 및 성수기 진입에 따른 수혜가 실적 개선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수주도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내년까지 시간을 벌면서 당분간 달러 약세 속에 내수주들이 더욱 조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은 통상 IT, 내수 관련주, 금융주의 비중을 높이는 움직임을 보였다"며 "환율 변동, 중국 경기 등에 대한 고민으로 경기민감주의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내수 관련주를 중심으로 한 단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 속에 당분간 각 나라들이 자국통화 강세를 감내, 달러 약세가 상당기간 국제적으로 용인될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ㆍ패션ㆍ유통 등 내수에 유리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위안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 강세를 고려하면 오리온ㆍLG생활건강을 필두로 한 아시아 내수주 컨셉트의 트레이딩도 유효하다"고 설명했다.